여성·인권·국제 연대
- 2024-04-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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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4월 15일,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도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대한민국 시민사회 보고서를 제출했습니다. 한국의 강간에 대한 법적 판단기준, 피해자 권리보장 미비를 다뤘습니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CEDAW) 대한민국 시민사회 보고서 : 한국의 강간에 대한 법적 판단기준, 피해자 권리보장 미비
제출일 _ 2024년 4월 15일
제출기관 _ 한국성폭력상담소
연관 협약 조항 및 관련 문헌 - 여성차별철폐협약 - 여성차별철폐위원회의 일반권고 19호, 일반권고 19호를 보강한 일반권고 35호(2017년) - UN 강간에 관한 특별보고서 A/HRC//, A/HRC///Add. - 한국정부 대상 권고 (CEDAW/C/KOR/CO/, 21과 CEDAW/C/KOR/CO/, 23, CCPR/C/KOR/CO/, (c), CCPR/C/KOR/CO/, 19, CAT/C/KOR/CO/, 17, A/HRC//, 130.35, A/HRC//, 138.50, 138.53, CCPR/C/79/Add.114, 11) |
1. 현황과 문제점
○ 강간 피해의 현황과 법적 기준(형법 297조)의 문제
● 2022년 4,765건 강간상담을 분석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에 따르면 전체 강간피해 중 명시적 폭행 협박이 없는 경우가 62.5%였다. 명시적인 폭행, 협박이 아니라 강요(19.9%), 회유(17.6%), 지위이용(11.0%), 속임(9.7%), 그루밍(7.9%), 폭언(4.6%), 괴롭힘(2.9%)을 동반했다.
● 2022년 여성가족부 성폭력 안전 실태조사에 따르면 강간은 폭행 또는 협박으로 인한 경우보다 가해자의 강요’(41.1%), ʻ가해자의 속임’(34.3%)에 의한 피해가 더 많았다.
● 그러나 형법 297조 강간죄가 ʻ폭행 또는 협박’을 구성요건으로 하고 있으며, 판례와 학설이 ʻ피해자의 저항이 현저히 곤란한 정도’ 여야 함을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대부분의 강간 사례는 처벌의 대상이 되지 못하고 있다.
● ʻ폭행 또는 협박’이라는 강간죄 구성요건은 보호법익이 여성의 ʻ정조’였던 과거 성폭력 법체계의 산물이며 정조를 지키기 위해 필사적으로 저항하지 않는다고 여겨지는 여성들을 배제한다. 해당 법에 따라 여전히 수사기관과 법원은 성폭력 피해자의 저항 여부에 따라 성폭력 유무를 판단하고, 이 과정에서 성폭력 피해자는 많은 2차 피해를 받는다.
●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조사에 따르면 강간상담 중 불송치 된 사건의 19.3%와 불기소 된 사건의 17%가 ʻ폭행 또는 협박이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재판에조차 이르지 못했다. (1.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2022년 강간피해상담 분석, https://change.tistory.com/)
○ 술과 약물(에 의한) 강간 피해 현황과 법적 기준(형법 299조)의 문제
● 2022년 4,765건 강간상담을 분석한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에 따르면 전체 강간피해 중 29.4%는 술과 약물 상태에서 이루어졌다(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2022).
● 현재 술과 약물에 의한 강간은 형법 299조 준강간에 해당하지만, ʻ사람의 심신상실 또는 항거불능 상태를 이용하여’로 구성요건이 규정되어 있다. 피해자가 술과 약물에 취한 정도를 ʻ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에 이르렀는지’라는 좁은 기준으로 보고 있으며, 이에 더해 성폭력 행위자가 이를 알고 이용했는지를 기준으로 두고 있어 실제 기억과 통제력을 잃은 피해자는 가해자를 처벌하기가 어렵다.
● 실제 준강간 사건에서 가해자는 피해자가 당시에는 의식이 있었으나 단순하게 기억을 잃은 ʻ블랙아웃’ 상태라고 주장하고, 수사기관과 법원은 이를 심신상실이나 항거불능으로 보지 않는다. 술에 취한 피해자가 범행 당시의 기억을 가지고 있으면 형법 297조 강간죄가 적용되어 ʻ폭행 또는 협박’이 없었다고 하고, 피해자가 범행 당시의 기억이 전혀 없다면 블랙아웃이라고 하는 상황에서 준강간 피해자는 어떤 상황에서도 가해자를 처벌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2019년, 전국성폭력상담소가 지원한 준강간 사례중, 가해자를 고소한 피해자 511명 가운데 가해자가 기소된 경우는 44.8%(229명), 유죄가 선고된 경우는 21%(112명)밖에 되지 않았다.
● 2017년 클럽에서 만취상태로 남성 4명에게 차에 태워져 상체가 절반이 접혀 고꾸라진 모습으로 교외 숙박업소로 끌려 갔던 여성은 이틀 후 자신을 강간한 가해자 1명을 고소했으나, 2023년 대법원은 최종 무죄 판결을 내렸다. 가해자는 만취하기 전 피해자의 동의를 받았다고 일방적으로 주장했기 때문이고, 법적으로는 가해자의 고의가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 MBC, 정신 잃은 여성 끌고 갔는데..'무죄' 확정 https://imnews.imbc.com/replay//nwtoday/article/_.html )
○ 전현 애인 및 부부관계 강간 피해 현황과 신고, 처벌 미비
● 2021년 여성폭력 실태조사에 따르면 여성이 경험한 ʻ평생 성적 폭력’의 가해자 13.5%는 배우자다. 전국성폭력상담소 2022년 조사에 따르면 직접적인 폭행 협박 없는 성폭력에서 피해자와 가해자의 관계는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 학교에서 만난 사람, 단순하게 아는 사람, 직장 관계자, 전현 애인 순서로 많았다.
● 그러나 전현 애인이나 부부관계에 있는 피해자가 강간을 신고하거나 이를 처벌받게 하기는 상당히 힘들다. 2012년 대법원에서 부부간 강간을 인정하는 첫번째 판례가 나왔으나, 2022년 한국여성의전화 상담통계에서 부부관계에서 발생한 성폭력 사건 중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한 건수는 단 1건에 불과했다.
● 검찰은 부부관계나 애인 관계에서 발생했다고 해서 성폭력 성립이 되는 것은 아니라고 하며 불기소 하는 일이 빈번하다. 2021년에 발생한 전 애인 사이의 준강간에 대해 검찰은 불기소 했는데 법원이 이를 재판에 회부하도록 명령하여 언론에 수차례 보도되기도 하였다.(3. ʻ검찰 불기소’ 전 연인 성폭력 사건...재정신청 거쳐 유죄 인정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html )
2. 형법상 강간죄 조항 개정에 대한 정부와 정치권의 훼방
○ 현 정부의 노골적인 훼방
● 윤석열 정부는 2021년 남성 청년들이 공정한 대우를 받고 있지 못하다며 ʻ성폭력 무고죄 강화’를 공약으로 내걸었고, 2022년 대통령에 당선되었다.
● 2023년 1월 26일 형법 297조 강간죄 구성요건 개정 검토가 담긴 <제3차 양성평등기본계획>이 발표되었다. 그러나 당일 온라인 남성 커뮤니티에서 ʻ무고 가능성’을 언급하며 여론을 만들자 법무부와 여성가족부는 당일 계획을 취소했다. ( 4. KBS, 9시간 만에 입장 바꾼 여가부...ʻ비동의 간음죄’ 논쟁, 왜? ... https://news.kbs.co.kr/news/pc/view/view.do?ncd= )
○ 국회 1, 2당의 성차별주의 강화와 훼방
●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윤석열 대통령을 당선시킨 당은 국민의 힘과 개혁신당으로 나뉘어졌다. 그런데 두 당 모두 ʻ강간죄 기준을 동의여부로 변경하는 법개정안’에 대해 반대하고 있다. 2024년 3월 26일 국민의힘 한동훈 총괄선대본부장은 “억울한 사람이 양산될 수 있다”고 반대했고, 3월 27일 개혁신당 천하람 총괄선대본부장은 “우리의 내일이 두렵지 않도록 강간죄 개정에 맞서겠다”고 했다.
● 이 두당을 견제하고 있는 제1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2024년 총선에서 여성폭력 대응에 전문적 경력을 가진 여성의원들을 대거 탈락시켰다. 2024년 3월 27일 더불어민주당은 앞의 두 당이 반대하자 ʻ강간죄 기준을 동의여부로 변경하는 계획은 실수였다”며 철회했다.
● 2024년 4월 10일 한국에서 국회의원 총선이 이루어졌는데 위 세 당이 대부분의 의석을 차지하고 있으며, 강간죄 기준에서 동의여부로 변경하는데 찬성하는 후보와 당은 극소수만 당선되었다.
3. 한국정부에 대한 질의사항
● 대다수의 성폭력 사례를 이루고 있는 명시적인 폭행 협박 없는 강간에 대응하여 실질적인 피해자 보호, 예방, 재발방지를 할 수 있도록 어떤 구체적인 조치를 취하고 있는가?
● 한국정부는 전현 애인, 부부관계, 직장 및 학교 관계, 온라인에서 만난 사람, 성매매 현장에서 발생한 폭행 협박 없는 강간에 대해서 수사 재판 단계에서 무조건 불송치, 불기소로 배제하지 않도록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가?
4. 한국 정부에 대한 권고사항
● 형법 제297조를 개정하여 피해자의 자유로운 동의여부를 중심으로 강간을 정의할 것
● 부부강간을 명확하게 범죄로 규정하고, 전현 애인, 전현 배우자에 의한 ʻ친밀한 관계’ 강간에 대해 처벌의 누락이 없도록 체계를 마련하라
● 준강간, 의제강간, 성매매 현장의 성폭력, 무고죄 역고소 사건에서 피해자의 동의 부재를 중심으로 면밀히 수사, 재판할 수 있도록 구체적인 지침을 마련하라
● 성폭력 수사, 재판 과정에서 피해자가 관련 자료 열람, 의견개진, 신변보장이 실질적으로 이루어지도록 관련 법령과 제도를 개선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