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폭력 사안대응
8월 18일, 신림동 인근 공원에서 한 여성이 여느 때와 같은 출근길에 살해당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이러한 여성폭력 사건은 이제 낯설지 않은 일이 되어버렸습니다. ‘각자 조심해서’, ‘운이 좋아서’ 살아남아야 하는 일상에서 이와 같은 일은 여전히 비슷하게 반복되고 있습니다.
이에 8월 24일, 한국성폭력상담소는 한국여성의전화와 함께 공원 여성살해 피해자에게 애도를 표하며 여성폭력 방치국가를 규탄하기 위한 긴급행동을 개최했습니다.
먼저, 저희는 10시에 공원 여성살해 사건 발생 장소 인근 민방위교육장에서 집결했습니다. 민방위교육장 앞에서는 천주교성폭력상담소 한선희님의 발언과 생전에 고인과 함께 운동하며 우정을 나눠오신 지인분들의 추도사가 있었습니다. 참여자분들은 한마음으로 평범한 일상을 사셨을 피해자분을 애도하고, 단지 여성이라는 이유만으로 폭력의 대상이 되는 현실에 연대하는 마음을 공유했습니다.
10시 10분 즈음엔 관악산 생태공원 사건 발생지로 이동했습니다. 많은 이들이 줄지어 참담한 마음으로 고인이 걸었던 산길을 따라 올라갔습니다.
10시 반, 사건 발생지에 도착해 고인을 추모하며 묵념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꽃을 두고 가시는 분들도, 눈물을 흘리는 분들도 보였습니다.
추모를 마치고 150명이 넘는 참여자분들과 함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치며 신림역까지 행진했습니다.
여성폭력 문제를 각자도생의 문제로 방치하는 국가를 규탄하고, 모두의 안전을 위한 성평등을 요구하는 구호를 한 시간 넘게 반복하며 외쳤습니다.
“혼자서든 숲길이든 / 괜찮은 나라 만들어라 / 출근길도 위협받는 / 세상에서 못 살겠다 / 여성폭력 방치국가 / 모두에게 위험하다 / 국가가 권장하는 / 각자도생 웬말이냐 / 성평등과 존엄으로 / 인간답게 살고 싶다”
“장갑차 말고 성평등 / 여성안심 말고 성평등 / 호신용품 말고 성평등 / 지금 당장 성평등 / 성차별 성폭력 / 당장 박살내자 / 우리는 여기서 / 세상을 바꾼다 / 우리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누구나 괜찮은 세상 / 혼자라도 / 숲길에도 / 출근길도 / 집앞에서 / 직장에서 / 어디서든 / 모두가 괜찮은 세상 / 성평등이 만든다 우리가 만든다 / 어디서든 괜찮은 세상 / 성평등이 만든다 우리가 만든다”
여성이 안전하게 혼자라도, 숲길에도, 집앞에서, 직장에서, 어디서든 괜찮은 세상이 되려면 장갑차도, 여성안심도, 호신용품도 아닌 ‘성평등’이 필요하다는 힘 있는 외침이었습니다.
끊임없이 반복하는 여성폭력 범죄에 참담함과 무력감을 느끼게 되지만, 함께 행동하고 연대하는 이들이 있어 멈추지 않고 세상을 바꾸려는 움직임을 이어갈 수 있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11시 반 즈음, 다같이 신림역에 도착해 마무리 집회를 진행했습니다. 마무리 집회 중 시민분들과 활동가분들의 발언이 있었는데요. 평범한 여성 시민, 관악여성회 활동가 박명희님, 장애여성공감 활동가 진성선님, 젠더정치연구소 여.세.연 활동가 이효진님, 진보당 인권위원회 활동가 김남영님의 발언을 함께 들었습니다.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폭력이 결코 개인의 문제가 아닌 사회와 구조의 문제임을, 여성 혼자 대비하고 책임질 문제가 아닌 국가가 고민하고 해결해야 할 문제임을 세상에 외치는 시간이었습니다.
또한, 발언자들은 정치인들의 여성혐오 기반 정치를 비판했습니다. 여성 관련 정책을 전면적으로 공격하며 흔적을 지우려는 이러한 시도들이 여전히, 오히려 더욱 심각하게 현실 정치에서 일어나고 있음을 다시 자각할 수 있는 발언이었습니다.
이렇게 마무리 집회까지 마치고, 긴급행동에 참여한 시민들은 모두 다시 일상으로 돌아갔습니다.
우리가 돌아온 일상이 더이상 ‘우연히 살아남는’ 일상이 아닌 ‘안전하게 살아가는’ 일상이길 오늘도, 여전히 바랍니다.
이 글은 자원활동가 가을이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