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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기자회견] 스토킹처벌법 시행 5주년. 법이 있어도, 신고를 받고도, 신변 보호를 하고도 살해를 막지 못한 제도를 전면 쇄신하라!
  • 2026-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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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토킹처벌법 시행 5주년 기자회견]

법이 있어도, 신고를 받고도, 신변 보호를 하고도

살해를 막지 못한 제도를 전면 쇄신하라!


○ 일시 : 2026년 10월 21일(수) 오전 11시


○ 장소 : 청와대 분수대 앞(서울특별시 종로구 효자동139)


○ 사회 : 최희연(몽실)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


○ 발언


-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 조윤희 변호사(법무법인 이채·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여성인권위원회)


-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 남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


-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상임활동가


- 윤원정 기본소득당 여성위원장 직무대행


- 송경인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 스토킹 피해당사자(대독 : 이현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활동가)


○ 퍼포먼스


○ 기자회견문 낭독


- 이미라 안양여성의전화 대표


- 김숙영 정치하는엄마들 공동대표


○ 공동 주최 단체 목록(총 179개 단체)


가족과성건강아동청소년상담소, 강서가족상담센터부설성·가정폭력통합상담소, 경남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경남여성회, 공폐단단(친족성폭력 공소시효 전면폐지를 위해 단단하게 모인 사람들), 광주여성민우회성폭력상담소, 군포여성민우회성폭력상담소, 기독여민회, 기본소득당여성위원회, 꿈누리장애인성폭력상담소,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성폭력상담소, 대구여성노동자회, 무안여성상담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여성인권위원회, 법무법인이채, 법무법인 혜석, 부산여성단체연합, 사)부산성폭력상담소, 사)성폭력예방치료센터부설전주성폭력상담소, 사단법인행복누리, 사단법인행복누리부설목포여성상담센터, 사단법인행복누리전남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람과평화부설용인성폭력상담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속초성폭력상담소·장애인성폭력상담소, 여성폭력통합지원상담소연대(22개소), 여수다문화여성쉼터, 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장애인성폭력아산상담소,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63개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여성연대,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33개소), 정치하는엄마들, 천주교성폭력상담소, 청주행복의집, 탁틴내일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강릉여성의전화, 강화여성의전화, 광명여성의전화, 광주여성의전화, 군산여성의전화, 김포여성의전화, 김해여성의전화, 대구여성의전화, 목포여성의전화, 부산여성의전화, 부천여성의전화, 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 성남여성의전화, 수원여성의전화, 시흥여성의전화, 안양여성의전화, 영광여성의전화, 울산여성의전화, 익산여성의전화, 전주여성의전화, 진해여성의전화, 창원여성의전화, 천안여성의전화, 청주여성의전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사회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



[발언 1]

스토킹처벌법 시행 5년, “신고해 봐야 소용없다”는 말, 언제 끝낼 것인가


송란희 한국여성의전화 상임대표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꼭 5년이 되는 오늘, 5년 전 저희가 발표한 논평을 다시 꺼내 봅니다.“'신고해 봐야 소용없다'는 말이 더는 가해자의 협박이나 피해자의 체념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5년이 지났습니다. 무엇이 달라졌습니까?


불과 열흘 사이에, 서울부터 제주까지 전국 곳곳에서 신고하고 보호조치를 받던 여성들이 연이어 살해당했습니다. 제정 당시 저희는 이 법을 기꺼이 환영할 수 없다고 했습니다. 오랜 기간 스토킹처벌법 제정운동을 했지만, 환영할 수 없었습니다. 피해자의 의사에 반해, 정당한 이유 없이, 지속·반복되고, 불안감·공포심을 주어야 범죄가 되는 구성요건,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합의를 종용하게 만드는 반의사불벌 조항, 피해자 가족을 포함한 주변인에 대한 보호 공백 등 때문이었습니다. 그 우려는 하나도 빠짐없이 현실이 되었습니다.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았다."


반의사불벌 조항은 2023년 삭제되었습니다. 그것도 신당역에서 피해자가 목숨을 잃은 후에야 개정된 것입니다. 그런데도 이 말은 여전히 수사기관에서 되풀이되고 있습니다. 처벌의 주체가 피해자입니까? 신고하면 국가가 가해자 제재하고, 긴급응급조치하고, 잠정조치하고, 제대로 처벌하는 게 당연하지 않습니까?


“스마트워치를 지급했다.”


스마트워치는 보호조치를 받고 있다는 뜻에 불과합니다. 우리가 지금 마주하고 있는 어떤 사건에서도 피해자를 지키지 못했습니다. 가해자에 대한 제재 없이 피해자를 ‘보호’할 수 없습니다. 수많은 희생 끝에, 가해자를 유치하는 잠정조치 4호의 경찰 신청은 늘고 있지만, 검사가 모든 신청 건수를 법원에 청구하지도, 법원이 청구된 모든 사건을 인용하지도 않습니다. 그 결과, 올해 8월까지의 인용률은 22.8%에 불과합니다.


"스토킹인가, 가정폭력인가."


서울 송파 사건의 가해자는 한 달 동안 18차례 피해자의 집 주변을 배회했다고 합니다. 피해자의 어머니가 살해당한 뒤에야 수사를 통해서 밝혀진 사실입니다. 가해자의 접근금지 조치가 만료된 후, 새 조치가 결정되기까지 12일의 공백이 있었고, 새 조치는 사건 다음 날에야 결정되었습니다. 보호조치 기간이 너무 짧고, 자동으로 연장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 기간마저 어느 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달라집니다. 가정폭력 임시조치는 2개월 단위로 연장되고 가해자에게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없지만, 스토킹 잠정조치는 3개월 단위로 연장되고 전자장치를 부착할 수 있습니다. 같은 가해자가 같은 피해자에게 저지른 같은 폭력인데, 어느 법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보호조치가 달라져서는 안 됩니다.


"공포심이 경미하다."


한편, 스토킹범죄 양형기준은 피해자의 처벌불원과 불안감 또는 공포심 유발의 정도가 경미한 경우를 특별양형인자의 감경요소로 두고 있습니다. 법률에서 삭제한 반의사불벌이 법정에서는 처벌불원 감경으로 여전히 남아있으며, 불안감 또는 공포심이라는 구성요건은 양형의 국면에서는 피해자다움을 강요하는 잣대로 또다시 작동하고 있습니다.




지난 5년은 사실상, 피해자에 대한 ‘조치’에만 집중해 온 시간이었습니다. 스마트워치 지급을 대폭 늘리고, 모니터링 전화를 했습니다. 피해자만 붙들고 온 정책은 완전히 실패했습니다. 너무 늦었지만, 이제는 방향을 바꿔야 합니다. 가해자를 신속하고 확실하게 제재하는 방향으로, 그리고 스토킹을 가볍게 여기는 수사기관과 법원, 우리 사회의 인식을 바꾸는 방향으로 전환해야 합니다.


대통령은 지난해 7월 "피해자 호소를 외면하는 무능하고 안이한 대처"를 질타했고, 올해 3월에는 “책임자 감찰과 엄정 조치”를 지시했고, 8월에는 “필요한 모든 조치를 ‘과하다 싶을 정도’로 집행해 달라”고 했고, 지난주에는 "전쟁을 선포한다는 각오"를 말했습니다. 그러나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국가에 지운 책무를 수행하기 위한 예산은 늘리지 않았습니다. 단적으로 2027년 ‘스토킹·교제폭력 예방·홍보’ 예산은 2026년과 동일한 고작 2억 4,200만 원입니다. “각오”는 예산으로 증명되어야 합니다.


5년 전 저희가 요구한 것은 엄중한 가해자 처벌과 피해자 인권 보장을 중심에 둔, 제대로 된 스토킹처벌법이었습니다. 5년이 지난 오늘도 같은 요구를 합니다. "신고해 봐야 소용없다"는 말, 이제는 끝내야 합니다.


 


구호로 마무리하겠습니다.


 


경찰은 처벌불원 핑계 말고, 전건 제대로 수사하라!


공소청과 법원은 가해자를 신속히 격리하라!


양형위원회는 처벌불원과 '공포심 경미'를 감경요소에서 삭제하라!


국회는 친밀관계폭력 대책특별위원회를 조속히 구성하고, 피해자의 관점으로 스토킹처벌법을 개정하라!


정부와 국회는 가해자를 제재하고 인식을 바꿀 예산과 인력을 확보하라!



[발언 2]


신고 이후의 안전, 이제 국가가 책임져야 합니다


조윤희 변호사 법무법인 이채·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여성인권위원회



안녕하십니까. 한국여성의전화에서 법적 지원 활동을 하고 있는 법무법인 이채 소속 조윤희 변호사입니다. 2021년 10월, 스토킹은 처음 법안이 발의된 지 22년 만에 비로소 범죄가 되었습니다. 신당역 사건 이후 반의사불벌죄가 폐지되고, 남양주 사건 이후 피해자보호명령 제도가 국회를 통과했습니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5년입니다. 그러나 법의 성과는 피해자가 신고 이후 실질적으로 보호받으며 일상을 살아갈 수 있는지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지난 3월 남양주 사건 이후 일곱 달이 지난 오늘, 다시 묻습니다. 국가는 피해자의 보호 요청에 어떻게 응답하고 있습니까. 이달 제주에서는 스토킹과 교제폭력을 거듭 신고하고 스마트워치까지 지급받았던 여성이 살해당했습니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언론 보도로 확인한 것만, 지난해 최소 137명의 여성이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게 살해되었습니다. 피해자에게 위험을 발견하고, 신고하고, 피할 책임을 거듭 요구하는 대신 국가가 가해자의 접근과 폭력을 차단할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에 현행법과 사법절차가 피해자 보호에 실패하고 있는 구조적 문제들을 지적하고자 합니다.


 


첫째, 형사처벌의 성립 요건과 피해자 보호조치의 발동 요건은 분리되어야 합니다.


 


제주 사건의 피해자는 경찰의 안전조치 대상이었음에도 정식 사건 접수가 이루어지지 않아 가해자에 대한 접근금지 조치를 받지 못했습니다. 성남 사건에서도 피해자가 스토킹으로 고소하고 접근금지 조치까지 받았지만, 가해자는 고위험으로 분류되지 않았고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 등 더 강력한 조치로 이어지지 않았습니다. 형사처벌을 위해 범죄의 구성요건과 증거를 엄격하게 심사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러나 처벌을 위한 증명의 기준이 피해자 보호를 유예하는 이유가 되어서는 안 됩니다. 현행법도 스토킹행위의 지속·반복 우려와 긴급성이 인정되면 경찰이 직권으로 긴급응급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현장에서는 사건 접수 여부와 처벌 의사, 범죄 성립에 대한 판단이 보호의 문턱으로 작동하고 있습니다. 피해자들이 제게 "고소하면 가해자가 더 큰 보복을 하지 않을까요?"라고 묻는 것은 보호가 필요 없다는 뜻이 아닙니다. 오히려 이는 보호의 필요성이 더 절박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말입니다. 사건 접수와 범죄 성립 여부를 판단하는 동안 피해자의 생명과 안전은 위협받고 있습니다. 구체적인 위해 위험이 확인된다면 신속하고 선제적으로 보호조치를 발동해야 합니다.


 


둘째, 접근금지를 넘어 가해자에 대한 실효적인 격리 조치와 관리 감독이 필요합니다.


 


지난 5월 안산 사건에서는 도주와 증거인멸의 우려가 낮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이유로 구속영장이 기각됐습니다. 전자장치 부착과 유치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가해자는 불과 며칠 뒤 흉기를 들고 피해자의 일터를 찾아갔습니다. 가해자가 도주할 우려가 낮다는 것이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도 낮다는 뜻은 아닙니다. 오히려 관계성 범죄의 가해자는 도주하기보다 피해자에게 위해를 가할 위험성이 현저히 높습니다. 형사소송법은 구속 심사에서 피해자에 대한 위해 우려를 고려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한 스토킹처벌법상 유치는 일반적인 구속과 달리 범죄의 재발 우려와 피해자 보호의 필요성을 고려하는 잠정조치입니다. 이러한 규정들이 입법 취지에 맞게 실질적으로 적용되어야 합니다. 접근금지 위반이 확인되면 즉시 위험성을 재평가하고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 등 강화된 조치를 신속하게 심사해야 합니다. 공동 주거에서 가해자를 퇴거·격리하는 조치도 명문화해야 합니다. 아울러 접근금지 명령의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확인하고 위반에 신속히 대응할 책임을 명확히 해야 합니다. 가해자의 접근을 막지 못해 피해자가 오히려 집과 일터를 떠나야 하는 현실은 바뀌어야 합니다.


 


셋째, 사법적 처분이 피해자 보호의 단절로 이어져서는 안 됩니다.


 


현행법상 접근금지와 전자장치 부착 잠정조치는 연장하더라도 최장 9개월이고, 유치는 1개월을 넘을 수 없습니다. 또한 검사가 불기소처분을 하면 잠정조치의 효력이 상실됩니다. 그러나 형사사건이 처분되거나 보호기간이 지났다고 해서 가해자의 위험성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성남 사건에서도 가해자는 고위험으로 분류되지 않고 약식 기소된 뒤 피해자의 직장을 찾아가 살인을 저질렀습니다. 사건 송치와 기소, 석방과 선고, 보호조치 만료 등 주요 단계마다 피해자의 의견을 청취하고, 살해 협박과 감시, 위치추적 등 누적된 위험 징후를 반영하여 위험성을 재평가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법원에 직접 보호를 구할 권리도 실질적으로 보장해야 합니다. 내년 4월 시행되는 피해자보호명령 제도조차 수사기관의 잠정조치 미신청·미청구 통지를 받은 뒤 90일 이내에 신청하도록 제한하고 있습니다. 피해자가 보호를 구하기 위해 왜 수사기관의 거절을 먼저 기다려야 합니까. 이러한 선행 절차와 신청 기간 제한을 없애고, 피해자가 직접 법원의 보호를 구할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 스토킹처벌법에 개별 행위를 추가하는 방식만으로는 친밀관계폭력의 입법 공백을 해결할 수 없습니다.


 


정부는 스토킹처벌법 개정을 통해 교제폭력에 대응하겠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나 친밀관계폭력은 감시와 고립, 경제적 종속, 지배와 통제가 복합적으로 이루어지는 폭력입니다. 강압적 통제 아래 놓인 피해자는 보복이 두려워 명시적으로 거절하지 못하거나 관계를 단절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개별 행위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라는 요건을 중심으로 한 스토킹처벌법만으로는 폭력의 맥락을 충분히 포섭하기 어렵습니다. 남양주 사건에서도 동의 없는 위치추적 행위가 스토킹처벌법상 스토킹범죄로 규정되지 않아 처벌과 보호의 공백이 드러났습니다. 그러나 새로운 행위가 등장할 때마다 조항을 추가하는 방식만으로는 누적된 폭력과 위험을 온전히 규율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스토킹처벌법의 공백을 보완하되, 가정폭력처벌법과 방지법의 전면 개정 등을 통해 친밀한 관계에서 발생하는 지배와 통제, 누적된 폭력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법체계를 마련해야 합니다.


 


이에 국회와 사법부, 수사기관에 요구합니다.


하나. 형사처벌 요건의 입증과 별개로 구체적인 위해 위험에 대응하는 선제적 보호체계를 강화하라.


하나. 구속·유치 판단에 피해자 위해 위험을 실질적으로 반영하고, 가해자 퇴거·격리와 접근금지 이행 확인을 제도화하라.


하나. 사법절차의 주요 단계마다 위험성 재평가와 보호의 연속성을 보장하고, 피해자의 독립적인 보호명령 신청권을 보장하라.


하나. 개별 행위 중심의 입법을 넘어, 친밀관계폭력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법률을 조속히 마련하라.


 


법이 생겼는데 왜 피해자들은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는가.


이제 국가는 그 질문에 대답해야 합니다.


피해자가 더 분명하게 거절하고, 더 철저하게 증거를 모으고, 더 잘 피해야만 보호받을 수 있는 법이 아니라, 국가가 가해자의 접근을 실질적으로 막는 법이어야 합니다.


신고가 끝이 아니라 안전한 일상의 시작이 되는 법. 그것이 오늘 우리가 요구하는 변화입니다.


 


감사합니다.


[발언 3]


오히려 역고소의 수단이 된 스토킹 처벌법, 스토킹처벌법에 젠더관점이 필요한 이유


최란 한국성폭력상담소 부소장



1999년 15대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된 스토킹처벌법은 22년 만인 지난 2021년 10월 21일 시행되었습니다. 5년 전의 일입니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되기 전까지 스토킹 범죄는 경범죄 처벌법 상 8만 원짜리 범칙금으로 처리해 왔습니다. 스토킹 범죄에 대한 구체적인 처벌 요건과 조치를 담은 스토킹처벌법의 제정과 시행은 환영할 만한 일이었지만, 5년이 흐른 지금, 현실에서 스토킹 범죄는 제대로 규율되지도 않을뿐더러 더 나아가 역고소의 수단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스토킹은 특정 성별을 대상으로 가해지는 경향이 높은 성별화된 폭력입니다. 스토킹 범죄를 젠더에 기반한 여성폭력의 맥락에서 이해하고 피해자의 인권을 침해하는 행위로 다루는 인식은 필수적입니다. 스토킹처벌법 제정 과정에서부터 이와 같은 인식이 반영된 법체계 마련과 사건 현장에서 응급조치를 취할 수 있는 집행기관에 대한 교육 필요성이 제기되었습니다. 그러나 젠더 관점이 부재한 현행의 스토킹처벌법은 젠더화된 범죄인 스토킹 행위자에 대한 단호한 제재와 행위 중단, 처벌과 스토킹 피해자의 안전과 침해된 일상을 회복하는 권리 보장을 실현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경찰청 범죄 통계에 따르면 스토킹 피해 보고는 2024년 기준 13,533건으로 전년 12,048 대비 12.3%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눈에 띄는 통계적 수치 변화도 있습니다. 최근 3년 새 입건된 스토킹 범죄자의 성별 비율에서 남성보다 여성의 비율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2022년 입건된 스토킹 범죄자가 남성인 비율은 81.2%에서 2024년 76.2%로 감소했고, 스토킹 범죄자가 여성인 비율은 2022년 18.8%에서 2023년 23.8%로 증가했습니다. 늘어나는 신고만큼 여성이 스토킹 행위자로 지목되는 사건도 늘어나고 있다는 것으로 보입니다.


 


여성폭력 피해자를 지원하는 기관에서는 이와 같은 수치의 변화에 영향을 주는 사례들을 마주합니다. 바로 성폭력 가해자가 피해자를 스토킹으로 역고소하는 사례들입니다. 피해자가 가해 사실을 공론화하면서 이메일이나 전화, 문자로 사과를 요구하는 경우나 술이 매개된 준강간 사건에서 피해자가 기억하지 못하는 피해를 물어보는 과정에서 이뤄지는 지속적인 연락을 가해자들이 되려 자신이 불안감과 공포심을 느꼈다며 수사기관에 고발합니다. 혼외 관계를 유지해 오다가 여성이 이를 알게 되고 문제로 삼으며 전화와 문자를 한 것을 두고 여성을 스토킹으로 고소하는 유명 인사들의 사례도 기사를 통해 보도됩니다. 현행 스토킹처벌법이 동기나 목적을 구성요건으로 하지 않아 신고된 모든 스토킹 행위는 일률적으로 지속적, 반복적 요건만을 판단하여 입건되고 송치되고 있습니다. 젠더관점이 부재하니 누가 진짜 가해자이고 누가 피해자인지 맥락을 종합적으로 검토하지도, 살펴보지도 않습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사과하라는 요구가, 자신에게 어떤 성폭력 가해를 했는지 따져 묻는 것이 스토킹일까요?


 


문제는 이와 같은 가해자들의 스토킹으로 인한 역고소가 피해자 위치를 먼저 선점해 성폭력 피해자들의 진술을 의심하게 만드는 주요 전략처럼 활용되고 있다는 점입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를 고소하기 전에 가해자들이 피해자를 스토킹으로 선고소하여 스토킹 ‘피해자의 위치’를 선점합니다. 이와 같은 전략은 성폭력 피해자로 하여금 성폭력 피해에 대한 형사소송절차를 유예하거나 포기하게 만듭니다. 스토킹 처벌의 법제화 과정에서 검토된 법 제정의 필요성에는 교제관계에 있던 파트너, 배우자, 혹은 이별 과정에서의 전 애인으로부터 심각한 폭력과 살인으로 이어지는 위험성이 특정 성별에 특히 자주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는 현실이었습니다. 그러나 현행의 스토킹처벌법은 이와 같은 입법 취지가 무색할 정도로 두 사람의 관계나 목적을 살피는 젠더관점은 부재합니다.


 


지난주 교제하던 남성에 의한 폭행과 협박 그리고 집안에 설치된 홈캠으로 9일간 총 255차례 접속하여 자신을 스토킹한 혐의를 신고하고도 ‘상대방 부근에서 지켜보는 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며 혐의없음 판단이 나온 사건이 보도되었습니다. 스토킹이 오히려 젠더폭력 피해자에 대한 역고소 수단이 되고 있다는 언론 보도들도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공주에서는 스토킹과 교제폭력으로 두 차례 경찰 신고를 하고도 결국 사망한 피해자가 있습니다. 법안에 있는 관계를 살피지 않고 조문에 담겨있는 행위 요건만 살피면 이런 문제는 ‘지속’됩니다. 성폭력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어버리는 일이 ‘반복’됩니다. 피해자가 사망해야지만 끝나는 사건이 이어집니다.


 


우리 사회에 만연한 젠더를 기반으로 한 여성폭력을 근절하고 강력범죄로 발전할 가능성이 있는 스토킹 범죄에 대해 적확한 예방적 조치를 가능하게 하려면 무엇보다 시급한 것은 젠더관점의 반영입니다. 스토킹처벌법이 현행과 같이 행위의 외형만을 따지는 한, 젠더폭력의 맥락은 지워지고 피해자는 또 다른 피해와 의심에 지속적으로 반복적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국가와 정부 부처 그리고 수사기관과 법 집행기관에 요구합니다. 스토킹 처벌법 5주년을 맞아 ‘젠더문제’를 문제화하기를, 국가 차원에서 성별화된 젠더폭력에 대해 젠더 관점이 담긴 대책을 마련하기를 요구합니다. 젠더 폭력을 경시하지 말기를, 더 이상 피해자 사망으로 스토킹이 끝나지 않도록 할 수 있는 모든 방안을 강구하기를 강력하게 촉구합니다.



[발언 4]


“도망치면 살 수 있다”라는 거짓말을 멈춰라. 스토킹처벌법 시행 5년, 국가는 왜 여성에게 목숨을 건 탈출만을 요구하는가


남지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사무국장


 


살기 위해 도망치는 순간, 일터와 집뿐 아니라 이 땅에서 살아갈 법적 자격까지 위태로워진다면 어디로 도망칠 수 있겠는가.




지난 5년 동안 국가는 스토킹 피해자들에게 신고하고, 피하고, 숨으라고 말해왔다. 그러나 네 번을 신고해도, 여덟 번을 신고하고 접근금지 조치를 받아도 여성들은 살해당했다. 최근 반복되고 있는 여성 살해사건이 보여준 현실이다. 여성들은 위험을 몰랐던 것이 아니다. 위험을 알렸고, 도움을 요청했고, 살아남기 위해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그러나 국가는 그 폭력을 멈추지 못했다. 도대체 여성들은 얼마나 더 자신의 위험을 증명해야 하는가.


지난 5월 광주 여고생 살해사건을 기억한다. 가해자는 범행 이전 이주여성을 성폭력하고 스토킹한 혐의로 신고, 고소된 상태였다. 그러나 국가의 보호체계는 가해자의 폭력을 차단하지 못했다. 피해 여성은 살해 위협을 피해 자신이 일구어 온 삶의 터전을 떠나야 했고, 가해자는 결국 또 다른 여성을 살해했다. 여성의 거절을 모욕으로 받아들이고, 여성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여기는 남성의 권력 의식은 특정한 이주여성을 향한 폭력에서 또 다른 여성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한국사회는 이주여성이라는 조건이 폭력과 어떻게 만나는지, 교차적 처지를 제대로 포착하고 있는가. 한국 사회에서 이주여성은 노동력으로, 배우자로, 돌봄의 수행자로 필요하다고 호명되지만, 정작 자신의 삶을 결정하고 관계를 끝낼 권리는 온전히 보장받지 못한다. 국가는 이주여성의 노동과 결혼, 정상가족은 제도적으로 관리하면서도 그 관계에서 벗어나려는 여성의 권리와 안전에는 충분한 책임을 지지 않는다. 그러면서 이주여성을 한국 사회에 머물게 하는 조건은 동시에 폭력적인 관계를 떠나기 어렵게 만드는 조건이 된다.


스토킹은 단순히 누군가를 집요하게 따라다니는 행위가 아니다. 상대방의 거절을 인정하지 않고, 관계를 끝낼 자유를 부정하며 삶의 경계를 침범하는 폭력이다. 그런데 이주여성에게는 이러한 남성권력의 통제에 국가의 체류관리 제도가 겹쳐진다. 배우자나 고용관계에 체류자격이 연결되어 있다면, 가해자와의 관계를 끊는 일은 곧 한국에서 살아갈 기반을 잃을 위험으로 이어진다. 가해자가 피해자의 체류와 생계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구조에서, 체류제도는 폭력으로부터 벗어날 자유를 제약하는 또 하나의 권력이다. 가해자의 통제에서 벗어나려는 여성에게 국가의 체류 통제가 또 다른 장벽이 되는 현실, 이것이 이주여성이 겪는 젠더기반폭력을 교차적으로 바라보아야 하는 이유다.


이주여성이 취약하고 불쌍한 피해자여서 특별한 보호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이주여성은 이미 폭력을 거절하고, 신고하고, 관계를 끊고, 자신의 삶을 지키기 위해 싸워왔다. 문제는 그 선택을 가능하게 하는 권리가 제도적으로 보장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피해자가 떠나지 못하는 이유를 개인의 무력함에서 찾을 것이 아니라 떠나려는 사람의 체류와 생계, 주거를 위협하는 사회적 조건에서 찾아야 한다. 우리가 요구는 시혜적인 보호가 아니라 폭력적인 관계를 끝내더라도 자신의 삶을 계속 살아갈 수 있는 권리다.


그런데도 한국사회의 피해자 보호체계는 한국어로 피해를 설명할 수 있고 안정적인 체류자격과 주거를 가진 선주민을 사실상 표준적인 피해자로 상정하고 있다. 여기에 이주여성을 위한 통역 몇 건과 안내문 몇 장을 추가한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한국사회가 전제하는 피해자의 기준 자체를 바꾸어야 한다. 피해자의 안전이 국적과 체류자격, 한국어 능력에 따라 달라진다면 그것은 보편적인 권리 보장이라고 할 수 없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5년. 이제 법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그 성과를 이야기할 수 없다. 피해자의 신고 횟수나 보호조치의 건수가 아니라, 실제로 가해자의 폭력을 얼마나 차단했는지로 평가해야 한다. 가해자의 접근과 통제를 실질적으로 중단시키고, 젠더기반폭력 피해 이주여성이 가해자와의 관계에 종속되지 않는 독립적인 체류권을 보장해야 한다. 국적과 체류자격에 관계없이 전문 통역과 긴급 주거·생계·의료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체계 역시 마련해야 한다. 이는 피해자 지원 확대를 넘어 한국사회가 누구에게 권리를 보장해왔고 누구를 제도의 바깥에 남겨두었는지를 바로잡는 일이다.


피해자가 삶의 터전을 버리고 도망쳐야만 유지되는 평온은 안전이 아니다. 그것은 국가가 감당해야 할 위험을 여성에게 떠넘긴 결과다. 특히 이주여성에게는 폭력에서 벗어나는 일이 곧 체류와 생계, 삶의 기반을 잃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가해자로부터 벗어날 자유와 이 사회에서 계속 살아갈 권리는 결코 맞바꿔야 할 선택지가 아니다.


한국 정부에 묻는다. 여성이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삶을 포기해야 하는 사회에서, 국가는 도대체 무엇을 보호하고 있는가. 국가가 책임져야 할 것은 피해자의 도망이 아니라 가해자의 폭력을 멈추는 일이다. 이주여성이 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해 국경 밖으로, 삶의 바깥으로 밀려나지 않아도 되는 사회, 그것이 우리가 국가에 요구하는 최소한의 안전이다.


[발언 5]


명숙 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 상임 활동가


안녕하세요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의 상임활동가 명숙입니다.


스토킹처벌법이 시행된 지 5년이 지났습니다. 지금도 여전히 스토킹으로 죽어 가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스토킹은 결혼이나 직업, 연령을 가리지 않고 발생하며 심각하며 여성살해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성에게 집도, 거리도, 일터도 안전하지 않습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은 2022년 신당역 여성살해 사건 당시에 스토킹 처벌법 개정을 위한 공론화 작업을 함께 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서울교통공사에서 일하던 여성 노동자가 직장 동료에게 스토킹을 당하고 이를 고소하자 보복살인을 당했습니다. 이렇듯 스토킹은 일터의 안전을 위협합니다. 


그리고 기업과 정부가 안이하게 대응하기에 여성살해로 이어집니다. 당시 스토킹 가해자는 재판을 앞두고 여성 노동자를 살해할 치밀한 계획을 세울 동안 기업과 정부는 무얼 했는지 물었습니다. 피해자는 공공기관인 서울교통공사에 있는 성폭력 기관에 신고할 수 없었고 휘슬블로어 등 성폭력 사건과 관련한 익명 제보 시스템도 이용할 수 없을 정도였습니다. 기업 내 성차별적 문화가 있었기 때문입니다. 


당시 여론이 나빠지자, 정부는 반의사 불벌 규정을 폐지했고, 온라인 스토킹 처벌,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등을 했고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 기간도 늘렸습니다.


그러나 더 나아가지는 않았습니다. 직장 내 성희롱 예방 교육 등이 제도화되어 있고, 관련한 처벌 등의 기준이 있음에도 실효성이 없습니다. 죽은 후 산재로 인정되었으나 살아서 일할 때 산재로 인정받고 일할 수 있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려면 안심하고 스토킹에 대해 기업 내 기구에 신고할 수 있고, 작동할 수 있는 성평등한 문화와 제도가 있어야 합니다. 스토킹에 대해 관대한 기업문화에 대해 정부는 관리, 감독해야 할 것입니다.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도 직장 내 성평등 실현과 스토킹 근절을 위해 함께 하겠습니다.



[발언 6]


윤원정 기본소득당 여성위원장 직무대행




기본소득당 여성위원장 직무대행 윤원정입니다.


전국에서 친밀한 관계였던 사람에 의해 피해자가 목숨을 잃는 사건이 반복되고 있습니다. 희생되신 분들의 명복을 빌며, 피해자와 유가족께 깊은 위로를 전합니다.


많은 친밀관계폭력 사건에서 피해자는 스토킹이 있었다며 사전에 위험을 알렸지만, 국가는 끝내 지키지 못했습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5년, 스토킹은 물론 뒤이은 중범죄조차 막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그런데 사건이 쏟아지는 동안, 전자발찌와 스마트워치의 실효성을 묻는 데 그칠 뿐 책임 있는 대안 논의는 찾아보기 어려웠습니다.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은 이미 지난해 9월 친밀관계폭력처벌법을 대표발의했지만 해당 법안은 아직 국회에 계류 중입니다. 지난 19일에 이르러 더불어민주당 이주희 의원과 여성 단체들이 함께 친밀관계폭력처벌법과 방지법 입법을 촉구했습니다. 드디어 이 법이 대안으로 논의되기 시작된 것입니다. 늦었지만 다행인 일입니다.


스토킹 살인이 반복되는 이유는 뚜렷합니다. 친밀관계폭력처벌법은 바로 그 허점을 보완하는 법입니다.


첫째, 신고가 있어도 위험을 과소평가하고 피해자와 가해자를 분리하지 않았습니다. 친밀관계폭력처벌법은 경찰의 위험성 평가와 분리 의무를 강화하고, 경찰이 법원에 직접 보호조치를 청구하도록 합니다.


둘째, 가해자가 접근금지를 어겨도 실질적인 제재가 뒤따르지 않았습니다. 이 법은 임시조치 위반 시 전자장치 부착이나 유치장 유치를 의무적으로 청구하고, 법원도 특별한 사유가 없으면 승인하도록 합니다.


셋째, 위험이 계속되는데 보호조치는 끝났습니다. 이 법은 피해자보호명령의 기간 연장 상한을 없애고, 긴급임시조치가 후속 보호조치로 이어지도록 해 공백을 줄입니다.


마지막으로, 가정과 사회질서 유지에 머문 가정폭력처벌법의 목적을 피해자의 자유와 인권 보장으로 바꾸고, 가정폭력뿐 아니라 교제폭력과 스토킹까지 포괄합니다. 혼인 여부에 따른 사각지대를 메우고, 가해자를 제대로 제재하며, 피해자를 끝까지 보호하자는 것입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5년, 법의 빈틈이 가장 잔인하고 슬프게 드러나고 있습니다. 최근 스토킹 살인의 가해자는 모두 파트너나 전 파트너였습니다.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친밀관계폭력처벌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합니다.


최근 국회에는 친밀관계폭력대책 특별위원회 구성 결의안이 발의되었습니다. 기본소득당은 결의안 발의에 이어, 조속한 출범과 입법의 결실까지 책임 있게 함께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발언 7]


긴급주거지원을 통해 보는 스토킹 피해자 지원정책의 한계와 고민


송경인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상임대표



안녕하십니까.


저는 대구에서 활동하고 있는 송경인입니다. 2021년 10월 「스토킹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시행과 더불어 2023년 「스토킹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시행되면서 스토킹 피해자에 대한 상담, 치료 회복, 주거지원의 법적 근거가 마련되었습니다. 그동안 경범죄로 벌금 8만 원이었던 스토킹은 법시행을 통해 비로소 중대 범죄이며, 피해자를 보호하고 가해자를 처벌할 책임이 국가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였고, 2024년부터는 전국 17개 시도에서 스토킹 피해자를 위한 긴급주거지원 사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저는 오늘, 이 자리에서 스토킹 긴급주거지원 사업을 운영하면서 현장에서 느끼는 한계와 고민에 대해 몇 가지 의견을 드리고자 합니다.


긴급주거지원은 스토킹 피해자들이 가장 필요한 지원이라고 요구하였던 정책입니다. 성평등가족부 통계에 의하면 사업 첫해인 2024년에는 전국적으로 272명의 스토킹·교제폭력 피해자가, 2025년에는 전년 대비 63%가 증가한 443명이 긴급주거지원을 받았습니다. 2024년 3월 처음으로 대구 긴급주거지원 숙소에 입소한 피해자분은 ‘자신은 정말 행운인 거 같다. 이렇게 제도가 마련되고 처음으로 지원을 받게 되어 감사하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신고와 고소 후 한 달 정도 조용하던 가해자는 어느 날 피해자가 외출해서 주거로 돌아오는 차 안에 흉기를 들고 뛰어들었습니다. 너무 놀란 피해자는 스마트워치도 켜지 못했습니다. 당일 큰 사고가 일어나지 않아 너무나 다행이었지만, 피해자도 저희도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습니다. 긴급주거지원이 필요하고 중요하지만, 가해자의 삶을 제재하지 않는다면 피해는 언제 어디서라도 반복될 수 있습니다.


덧붙여 올 6월부터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위치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가해자의 위치에 따라 알람이 울리는 ‘전자장치 부착제도’가 시행되고 있습니다. 가해자가 어디서 나타날지 몰라 불안해하던 입소자는 처음 이 제도가 시행되었을 때 ‘그래도 이제 마음이 편해졌다’라고 좋아하셨습니다. 하지만 4개월이 지난 지금, 시도 때도 없이 울리는 알람과 경찰 출동에 제대로 생활하기가 힘들다고 호소합니다. 가해자의 위치를 파악할 수 있고, 경찰이 선제적으로 피해자를 보호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필요한 정책입니다. 하지만 지역 특성을 고려하여 좀 더 촘촘하게 제도를 정비하여야 합니다. 피해자들이 피해를 넘어 애써 유지하려고 몸부림치는 하루하루의 삶이 온전히 보장받아야 합니다. 지금 이대로는 너무 많은 제약이 함께 따라오면서 오히려 피해자를 또 다른 피해에 노출 시키고 있습니다.


현장에서 스토킹 피해자들을 만나면서, 피해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주거까지 비밀 숙소로 옮겨야 할 만큼 위험에 처해있는데, 가해자는 별다른 제재 없이 일상생활을 하고, 전자장치 부착까지 해야 하는 상황인데도, 왜 구속 수사조차 하지 않는지, 왜 피해자 지원정책은 늘 피해자의 삶을 제한하는 방식으로 만들어지며, 피해자를 제대로 보호하지도 못하면서 ‘피해자 보호정책’이라는 이름으로 운영되는지 질문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좀 더 실질적인 문제도 있습니다. 긴급주거지원 사업 예산에는 식비, 의류비, 교통비가 책정되어 있지 않습니다. 현재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긴급 식량을 제공하고 있지만, 입소자에 따라서는 계속 식량이 지원되어야 하고, 속옷이나 당장에 입을 옷이 없는 사례도 있습니다. 하지만, 현 제도에는 이런 입소자를 지원할 수 있는 예산이 없습니다. 단순히 생활할 장소를 제공하는 것을 넘어 사람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필요를 지원할 수 있도록 예산이 편성되어야 합니다.


스토킹 피해자들은 끝이 보이지 않는 긴 터널을 지나고 있습니다. 국가는 피해자들에게 이 터널은 끝이 있고, 당신이 그곳에 도착할 때까지 혼자 두지 않고 함께 그 길을 가겠다는 확신과 믿음을 주어야 합니다. 여성폭력 피해자들이 자신의 삶을 피해자의 위치에서 옮겨 와 자신에게 일어난 피해를 과거라는 시간 속으로 자연스럽게 흘려보낼 수 있는 세상이 되어야 합니다. 가해자를 구속 수사하고, 가해자의 삶을 제재하는 방향으로 피해자 지원이 이루어질 때, 비로소 긴급주거지원 사업은 피해자들을 보호하는 정책이 될 수 있습니다.



[발언8] 


가정폭력 가해자인 남편의 스토킹, 접근금지 기간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였습니다 


스토킹 피해당사자


대독 : 이현 한국여성의전화 여성인권상담소 활동가



저는 스토킹과 가정폭력으로 이혼했습니다.


아직 이 사건은 재판 중입니다.


가정폭력과 가정 안에서 일어나는 스토킹은 가족이라는 이유로 무시되거나 경계가 모호하여 그 피해 역시 도움을 받기가 무척 어렵습니다.


저 역시 남편이었기 때문에 그 피해를 이해하고 인식하는 것 자체도 오랜 시간이 걸렸고 벗어나는 데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특히 스토킹은 일반적인 상황에서도 그 경계를 이해하기 어렵고, 가족은 사랑이라는 모습으로 더 받아들이기 어려운 경우가 많습니다.


스토킹으로 경찰서에 고발 조치했고, 이후에 형사재판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생긴 일들을 간단히 말씀드리겠습니다. 고발 조치 이후 접근금지를 신청했습니다. 첫 접근금지 신청 기간은 단 3개월이고, 이혼, 이사 등의 현실적 조치를 취하는 데 턱없이 부족한 시간입니다. 법적 가족으로 묶여있어서 3개월 이후에는 다시 현실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래도 접근금지 기간은 최소한의 안전장치였습니다.


3개월이 지나고 연장 신청을 했는데 기각되었습니다. 남편은 접근금지 기간에 법을 어기고 접근을 시도했던 기록이 있었음에도 연장 신청은 기각이 되었습니다. 기각 판결문에는 아직 부부이고 오히려 부부로서의 의무를 다하지 않았다고 저의 잘못을 꼬집는 내용도 있었습니다. 접근금지 연장은 정말 심각한 폭력이 따르지 않는 한 연장 신청이 어려운 구조였습니다. 3개월이라는 기간 동안 무엇을 할 수 있다고 여기는 건지 정말 세상에 물어보고 싶었습니다.


스토킹은 개인을 통제하고 괴롭히는 공포스러운 행동입니다. 스토킹 자체로 끝나지 않고 꼭 폭력으로 이어집니다. 특히 가정 내의 스토킹은 스토킹이라고 여겨지지 않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회적으로 이해와 공감이 한 단계 발전되길 바라며, 법조인, 경찰 관계자들에게 꾸준한 교육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토킹처벌법 시행 5주년을 맞이하며 사회적으로 좀 더 성숙한 인식과 제도가 보완되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붙임3. 기자회견문


[기자회견문] 스토킹처벌법 시행 5주년 기자회견


 - 법이 있어도, 신고를 받고도, 신변 보호를 하고도 살해를 막지 못한 제도를 전면 쇄신하라!


 


1999년 국회에서 처음으로 발의된 스토킹처벌법은 22년 만인 지난 2021년 10월 21일 시행되어 오늘로 5주년을 맞는다. 이전까지 경범죄처벌법으로만 규율되던 스토킹 범죄가 가해자는 제대로 처벌되고, 피해자는 보호받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던 지난 5년, 피해자가 경험하는 현실은 얼마나 변화했는가.


 


올해 3월, 남양주 가정폭력·스토킹 여성살해사건이 발생한 이후 거듭된 ‘자성’이 무색하게도, 최근 강릉, 제주, 전주, 아산에서 가정폭력, 데이트폭력 피해 여성이 스토킹을 신고하고도 사망하는 사건이 연이어 발생했다. 반복되는 여성들의 죽음 앞에 수사기관의 변명은 한 치의 변화도 없었다. ‘피해자가 원치 않았다’는 이유로 충분한 보호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전주 사건의 경우 ‘직접적인 신체 폭행이 확인되지 않아서’ 위험성이 낮다고 판단했다고도 밝혔다. 그 자체로 수사기관의 역량 부족이 여실히 드러나는 내용이다.


 


피해자들이 가해자의 처벌과 보호조치를 주저한다면 그것은 ‘원치 않는다’는 의미가 아니다. 가해자가 억류되지 않는 상황에서 자신뿐 아니라 주변인에까지 가할 수 있는 보복을 염려한다는 의미다. 그 보복이 신체적 위험뿐 아니라 역고소를 포함해 피해자가 가장 두려워하는 방식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안다는 의미다. 접근금지 명령, 맞춤형 순찰, 스마트워치, ‘피해자 모니터링’으로는 가해자의 폭력을 막을 수 없음을 충분히 예견하고 있다는 의미다. 모든 생활을 포기하고 보호시설로 피신할 수 없는 절박한 사정이 있다는 의미다. 모든 생활을 포기하고 보호시설로 피신하더라도 생계와 자립, 법적, 의료적 지원을 충분히 받을 수 없는 현실을 고려한다는 의미다. 신고하더라도 국적, 장애 유무, 사회적 위치 등의 문제로 수사·사법 절차에서 동등한 대우를 받을 수 없을 것임을 예견한다는 의미다. 결국 수사기관이 연속적인 폭력의 맥락을 고려하지 못하고, 피해자가 처한 현실을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는 의미다.


 


반복되는 실패를 막기 위한 대책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해야 한다.


 


피해자를 ‘모니터링’할 것이 아니라 가해자를 제재하는 정책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 사법부, 수사·재판기관은 구속과 유치, 전자장치 부착 등 가해자를 실질적으로 격리하는 조치를 적극적으로 활용하여 피해 위험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라.


 


성폭력, 스토킹과 같은 개별 범죄 행위를 넘어 다양한 친밀관계에서 발생하는 연속적인 폭력을 규율하기 위한 법·제도 보완이 필요하다. 국회는 가정폭력처벌법을 전면 개정하여 친밀관계폭력을 포괄적으로 규율하는 법안을 마련하라.


 


정부는 피해자가 폭력 현장을 떠나 이전과 같은 일상을 회복할 수 있도록 충분한 보호·지원 체계를 보완하고 예산을 확충하라. 여성폭력의 실태를 파악하고, 관련자의 인식 개선, 제대로 된 제도 마련 및 집행을 추진하는 데 모든 권한을 동원하라.


 


자신을 구하는 데 최선을 다한 피해자를 막아서는 것이 국가여서는 안 된다.


 


2026년 10월 21일


스토킹처벌법 시행 5년 국가 대응을 규탄하는 시민사회 일동



가족과성건강아동청소년상담소, 강서가족상담센터부설성·가정폭력통합상담소, 경남여성장애인성폭력상담소, 경남여성회, 공폐단단(친족성폭력 공소시효 전면폐지를 위해 단단하게 모인 사람들), 광주여성민우회성폭력상담소, 군포여성민우회성폭력상담소, 기독여민회, 기본소득당여성위원회, 꿈누리장애인성폭력상담소, 대구경북여성단체연합, 대구성폭력상담소, 대구여성노동자회, 무안여성상담센터,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여성인권위원회, 법무법인이채, 법무법인 혜석, 부산여성단체연합, 사)부산성폭력상담소, 사)성폭력예방치료센터부설전주성폭력상담소, 사단법인행복누리, 사단법인행복누리부설목포여성상담센터, 사단법인행복누리전남디지털성범죄피해자지원센터, 사람과평화부설용인성폭력상담소, 성매매문제해결을위한전국연대, 속초성폭력상담소·장애인성폭력상담소, 여성폭력통합지원상담소연대(22개소), 여수다문화여성쉼터, 인권운동네트워크바람, 인권운동사랑방, 장애여성공감 성폭력상담소, 장애인성폭력아산상담소, 전국가정폭력피해자보호시설협의회(63개소),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 전국여성연대, 전국이주여성쉼터협의회(33개소), 정치하는엄마들, 천주교성폭력상담소, 청주행복의집, 탁틴내일아동청소년성폭력상담소, 한국사이버성폭력대응센터, 한국성폭력상담소, 한국여성노동자회,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강릉여성의전화, 강화여성의전화, 광명여성의전화, 광주여성의전화, 군산여성의전화, 김포여성의전화, 김해여성의전화, 대구여성의전화, 목포여성의전화, 부산여성의전화, 부천여성의전화, 서울강서양천여성의전화, 성남여성의전화, 수원여성의전화, 시흥여성의전화, 안양여성의전화, 영광여성의전화, 울산여성의전화, 익산여성의전화, 전주여성의전화, 진해여성의전화, 창원여성의전화, 천안여성의전화, 청주여성의전화), 한국이주여성인권센터, 한사회장애인성폭력상담센터 (총 179개 단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