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성명]
6년간의 방관과 태업, 이제는 끝내야 한다
- 정부는 임신중지 약물 도입 지연에 대한 책임을 직시하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첫 국정감사가 13일부터 진행되고 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6년이 넘는 시간 동안, 안전한 임신중지 권리는 주무부처의 방관과 태업속에 방치되어 왔다. 약 100개 국가에서 사용되는 미페프리스톤 등 임신중지약(유산유도제)은 여전히 한국에서 도입되지 못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가 출범 후 발표한 123대 국정과제에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포함시키면서, 이번 국정감사에서는 달라진 정부의 입장을 기대했다. 하지만 돌아온 것은 무책임한 침묵과 회피뿐이었다.
지난 14일 보건복지부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의원은 국가인권위원회의 지적을 인용하며,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들을 위한 정책 부재가 인권 침해임을 지적했다. 정은경 복지부 장관의 답변은 "국무조정실에서 논의 중"이라는 책임 회피였다. 남 의원이 지난 5년간 복지부가 받은 법률자문 내용을 언급하며 복지부가 가이드라인조차 제시하지 않고 있음을 추궁하였음에도, 정 장관은 침묵하였다. 정은경 장관이 회피하는 모습은 국민의 건강과 기본적 권리를 책임져야 할 부처의 수장이 가져야 할 책임있는 태도가 아니었다.
오유경 식품의약품안전처장의 답변은 이보다 훨씬 심각하다. 지난 21일 식약처 국정감사에서 남인순 의원과 전진숙 의원은 지난 5년간 불법유통으로 2,641건이나 적발된 임신중지 약물의 실태를 지적했다. 임신중지를 결정한 여성들이 온라인에서 불법약물을 구입해야 하는 위험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음에도, 윤석열 정권의 식약처장이기도 했던 오유경 식약처장은 "국정과제에 따라 법 개정 및 제도개선을 추진하겠다"는 앵무새 같은 답변만 내놓았다.
이는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모자보건법 개정이 안 돼서 어렵다"던 핑계와 크게 다르지 않다. 식약처가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국회 입법 미비 탓으로 돌리며, 스스로의 책임을 회피하려는 태도에 불과하다.
지난 9월 보도에 따르면, 식약처는 2021년부터 5년간 임신중지 약물 허가와 관련해 로펌에 6번에 걸쳐 법률자문을 받았다. 법률자문 시기는 크게 2021년 7월부터 2022년 2월, 2023년 7월부터 8월로 나뉜다. 자문 결과는 대부분 법 개정 없이도 약물 허가가 가능하다는 답변을 포함하고 있었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각 시기마다 식약처가 가장 마지막에 받은 자문만 "입법 공백 상태에서 허가가 문제가 될 수 있다"는 답변을 얻어냈다. 마치 답을 정해놓고 원하는 답이 나올 때까지 법률자문을 반복한 것이 아닌지 의심된다. 남인순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식약처는 모자보건법 개정 전에도 약물 도입에 문제가 없다는 자문을 여러 차례 받았음에도 이를 숨기고 법개정을 핑계로 도입을 지연시켜 왔다.
식약처가 6번에 걸쳐 유사한 내용의 법률자문을 받아야 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식약처는 의도적으로 임신중지약 허가를 막아온 기관이다. 세계보건기구 필수의약품으로 지정된 미페프리스톤의 도입을 막기 위해, 과학적 근거가 아닌 정치적 판단으로 일관해왔다.
2017년 청와대 국민청원,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2021년 현대약품의 임신중지 약 허가 신청, 2023년 허가 재신청 및 시민들의 집단 민원, 2024년 감사원 감사청구와 인권위 진정까지 국민은 수차례 복지부와 식약처에게 임신중지 약물 도입의 기회를 주었다. 그러나 아직도 임신중지약은 시민들의 손에 쥐어지지 못하고 있다.
안전한 임신중지를 할 권리는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문제다. 보건복지부와 식약처는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지연시킨 책임을 직시하고, 국민의 요구에 응답해야 한다. 더 이상 정치적 태업으로 국민의 건강권을 위협해서는 안 된다. 복지부와 식약처는 즉각 임신중지 약물 도입을 추진하라. 임신중지를 공식적인 의료체계에서 제공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 마련에 나서며, 임신중지 서비스의 건강보험 적용을 서둘러야 한다. 국민은 더 이상 기다릴 수 없다.
2025년 10월 23일
모두의 안전한 임신중지를 위한 권리 보장 네트워크
건강권실현을위한보건의료단체연합(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건강사회를위한치과의사회, 노동건강연대,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참의료실현청년한의사회), 건강권실현을위한행동하는간호사회,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노동당, 녹색당, 변화된미래를만드는미혼모협회 인트리, 반성매매인권행동 이룸, 사회주의를 향한 전진, 성노동자해방행동 주홍빛연대 차차,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SHARE, 시민건강연구소, 여성환경연대, 인권운동사랑방, 인권운동네트워크 바람, 인도주의실천의사협의회, 장애여성공감,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전국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 탁틴내일, 트랜스젠더인권단체 조각보, 플랫폼 C, 한국여성단체연합, 한국여성민우회, 한국여성의전화, 한국성폭력상담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