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제도 변화
검찰 해체와 성평등가족부 확대 개편, 반성폭력 운동이 묻는다
- 9월 7일 발표된 정부조직 개편방안에 부쳐
지난 7일, 이재명 정부가 정부 조직 개편 방안을 발표했다. 한국성폭력상담소는 성폭력 피해 생존자를 지원하고, 성평등한 사회로의 변화를 도모하는 반성폭력운동단체로서 두 가지 큰 변화에 주목한다.
첫 번째는 검찰청 폐지다. 정부 조직 개편안에 따르면 검찰청은 폐지되고, 공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이 신설될 예정이다. 이번 개편안은 검찰의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여 권력기관을 개편하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정치 권력과 유착된 검찰의 권력층 범죄 은폐와 조작에 대한 대항은 반성폭력 운동의 오래된 과제이기도 하다. 2019년, 여성단체 활동가들은 대검찰청을 점거하며 “김학의, 장자연, 버닝썬 사건의 공범이 검찰”이라고 외치고 정의 없는 공권력 검찰 해체를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목소리가 무색하게도 당시 정부가 검찰 권력을 조정한다는 명목으로 진행했던 검경수사권 조정은 오히려 성폭력 피해자 사건을 ‘핑퐁’하며 지연시켜 피해자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따라서 제대로 된 검찰 개혁을 위해서는 전국성폭력상담소협의회가 지난 5일 제출한 의견과 같이, 성폭력 범죄를 겪는 피해자의 입장과 상황을 반드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공소청과 중수청은 1년 뒤 출범이 예고되어 있으나, 세부 운영 체계 등은 아직 미지수이다. 정부 보도자료에 따르면, 범정부 검찰개혁 추진단을 설치하고, 당과 정부, 대통령실의 긴밀한 협의를 거쳐 세부방안을 도출할 계획이다. 하지만 앞으로의 논의 과정에 성폭력 범죄의 유관기관을 적극 만나고 피해자 권리를 어떻게 보장할지에 대한 치열한 의견 청취와 반영이 필수적이다. 더불어 성폭력 피해자에 대한 수사기관의 2차 피해 방지, 성인지감수성 제고를 위한 노력도 개혁의 큰 과제로 반영해야 할 것이다.
두 번째는 여성가족부의 성평등가족부로의 확대 개편이다. 성평등가족부로의 개편안은 여성정책국을 확대하여 성평등정책실을 신설하고, 기존 고용노동부에 속해있던 여성고용정책을 함께 다루게 된다. 성차별의 구조를 외면하던 윤석열 정부가 폐지까지 공약했던 여성가족부가 강화되는 것은 환영할 일이다. 퇴행한 성평등 정책을 복원하고 강화하기 위해서는 적절한 정부 조직 개편과 더불어 적절한 인선도 중요하다. 이런 측면에서 성평등 정책 컨트롤타워로서의 역할을 최우선으로 두겠다고 공언한 원민경 신임 여성가족부 장관의 지명과 취임도 환영한다.
다만 이번에도 성평등가족부의 과제로 등장한 ‘역차별 해소’란 어떤 의미인지 이재명 정부가 스스로 깊이 문답할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후보 시절부터 ‘남성에 대한 역차별 보호’를 주장한 바 있는데, 이는 차별과 평등의 정의를 제대로 알지 못한다는 부끄러운 증언에 가깝다. 내각 여성 비율 30% 목표도 공약하지 못하는 정부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고민한다는 것은 문제를 잘못 짚고 있는 것이다. 만약 우리 사회의 어떤 남성이 차별을 겪는다면, 이는 학력, 성적 지향, 고용 형태, 출신 지역, 가족 형태, 빈곤 등 여러 요인으로 인한 것이므로 차별을 금지하고 사회 전체적인 평등을 도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정책을 설계해야 한다. 또한 그렇다고 해서 성평등이 여성만을 위한 것이라는 ‘역차별론자’들의 주장이 사실이 되는 것은 아니다. 성평등은 이분법적 성별 권력관계를 해체하고 성별 규범을 떠나 개인이 나답게 살 수 있는 조건을 만들기 위한 목표로, 결국 모두를 위한 과제이다. 여성가족부에서 성평등가족부로의 확대 개편은 이러한 성평등의 가치를 전적으로 향해야 할 것이다.
이번 정부조직개편안에 일부 환영과 일부 우려의 목소리를 던지며, 성폭력 피해 생존자를 비롯한 여성과 모든 사회적 소수자들이 존엄한 삶을 살 수 있는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
2025.09.10.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