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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후기] 세계인권선언 74주년 - 지금, 세계인권으로 '강간죄 읽기'
  • 2022-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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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기] 세계인권선언 74주년 - 지금, 세계인권으로 '강간죄 읽기'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는 한국성폭력상담소에서 사무국을 하고 있는 연대체죠. 미투운동이 생겨난 이듬해 2019년부터 활동을 시작하여 올해로 4년차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2022년에는 2021년 제47차 유엔인권이사회가 채택한 「중대하고 체계적이며 널리 퍼진 인권침해이자 범죄, 여성과 여아에 대한 젠더기반폭력의 한 유형인 강간 그리고 그 예방」(A/HRC/47/26)과 그 부록 「 강간에 관한 모범적 입법을 위한 프레임워크(강간죄 입법 모델)」(A/HRC/47/26/Add.1) 두 보고서를 한국어로 번역하여 발행하였는데요.

12월 10일, 바로 그 보고서의 내용을 함께 읽고, 의미와 적용 과제를 톺아보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바로 <세계인권선언 74주년 - 지금, 세계인권으로 '강간죄' 읽기> 였습니다. 



12월 10일 행사 시작 전에 2주일에 걸쳐, 문구 중 의미있는 구절로 인증샷 찍기 릴레이 캠페인이 있었는데요, 캠페인에 참여한 모습입니다. 구절 하나하나는 다음과 같습니다.

-강간은 신변 안전 및 육체적 성적 정신적 통합성의 권리를 침해하는 범죄다
-국가는 피해자의 성적 이력을 증거자료로 받아들이지 않는 강간 피해자 보호 조항을 제정해야 한다
-국가는 여성을 차별하는 그 밖의 법률을 폐지해야 한다. 강간 범죄화 및 기소 과정에서 법적 공백과 고정관념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주기 때문이다
-강간죄 규정은 '배우자 또는 친밀한 관계'에 의한 강간을 포함해야 한다
-'동의없음'은 강간죄를 정의하는 핵심 요건이다




12월 10일 토요일, 드디어 랜선 낭독회와 톺아보기 세미나가 10시부터 열렸습니다. 주말인 토요일 오전 10시, 과연 얼마나 참여하실지 준비하던 개정연대 활동가들은 긴장감이 있었지만 6-70여분이 줌 회의실에 입장하셔서 함께 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김신아 활동가의 사회로 시작되었는데요. 랜선 낭독회는 음성 참여해주시는 분들의 목소리를 함께 듣는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성폭력상담소 신아, 오매,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유경 활동가가 미리 함께 읽을 구절을 뽑고, 분량을 체크하고 신아 활동가가 하나하나 PPT로 잘 보이도록 만들고, 유경 활동가가 참여자 개개인에게 읽는 순서를 배정하고 안내하는 준비 과정이 있었습니다.



참여하시는 분들은 준비팀의 우려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어려운 낱말들과 번역된 문장들을 무리 없이 읽어주셨어요. 본인 순서보다 살짝 늦게 입장하신 분이 뒤의 문장을 읽어주시기도 했고요. 그래서 행사 시간이 생각보다 일찍 마무리되었습니다. 그래서 낭독회 소감을 나누는 시간이 가능했는데요, "함께 읽으니 좋다, 이런 시간이 더 필요하다", "동의를 판단하는 과정과 실무가 궁금하다", "전쟁 성폭력에 대한 문제는 우크라이나 상황을 떠오르게 한다", "다른 나라의 상황이나 역사적 과정을 함께 읽으니 한국을 넘어서 시야가 확장되는 것 같다" 등의 이야기를 나누어 주셨습니다. 


15분의 쉬는 시간을 가지고 2부 톺아보기 세미나가 시작되었습니다. 



2부는 한국성폭력상담소 오매 활동가의 진행으로 해제를 작성해주셨던 장임다혜 연구자, 2차 번역을 하신 앎 활동가, 강간죄 변경 형법개정안을 21대 국회에서 발의한 류호정 국회의원, 박수진 민변 여성인권위원장 변호사가 패널로 함께 했습니다. 제일 먼저 패널들 인사를 듣고, 첫번째 여는 질문인 '이 보고서의 의미를 한 문장으로 말한다면?'을 들었습니다.

사전 질문으로 해주신 외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장임다혜 연구자가, 한국의 상황에 대해서는 박수진 변호사가 말씀해주셨는데요. 장임다혜 연구자는 국제규범에서도 '강간'과 '성폭력'에 대한 관점이 부족하다가 전쟁범죄에 대한 조사와 재판을 하는 국제형사재판소가 사건을 보는 관점에서 성폭력에 대한 기준을 점차 심화하게 되었다고 이야기했습니다. UN 특별보고서에서 쓰여있는 강간에 대한 UN 권고가 형성되던 과정에서 '전쟁 성폭력'에 대한 국제사회의 개입이 중요한 내용과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이죠. 이 보고서는 세계적으로 강간죄 판단기준이 동의여부로 변화하는 시기에 존재하고 있고, EU에서 권고하는 이스탄불협약에 참여하고 있는 현황도 소개했습니다. 박수진 변호사는 한국에서 중요하게 의미있는 판례의 변화도 소개해주었습니다. 동시에 피해자에 대한 성적 이력 등을 수집하고 진술신빙성을 와해하기 위해 주장하고 방치되는 문제가 재판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실례를 들면서 지적했습니다.


톺아보기 파트에서는 '동의'에 대해 판단할 때 유의해야 할 점에 대한 「강간에 관한 모범적 입법을 위한 프레임워크(강간죄 입법 모델)」(A/HRC/47/26/Add.1)  상세한 내용을 좀 더 살펴보았습니다. 장임다혜 연구자는 UN보고서의 경우 판례법인 영미법의 법체계를 채용하고 있어서 한국에서 형성되는 법의 모습과는 다를 수 있음을 말했습니다. 한국에서는 판결을 통해 동의에 대해서 판단할 때, 동의 역량을 무력하게 하거나 무화하는 권력, 직업, 지배적 위치 등의 맥락과 구조를 다룰 수 있도록 판례를 쌓아가는 것이 필요함을 강조했습니다. UN 특별보고서 한글번역판을 전국의 법원에 발송하여 읽게 하는 것이 필요함을 확인하는 순간이었고요. 앎 활동가는 동의에 관하여 비록 18세 미만 청소년이 연루된 사건에서이기는 하나, 피해자가 처해있는 사회적 조건이 피해자의 역량을 저해하는 상황이라면 그에 대해서 감안하고 고려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오고 있음을 소개하기도 했습니다. 





이어서 UN 보고서에서 보완되어야 할 논의에 대해서 장애여성공감 여름 활동가, 청소년페미니스트네트워크 위티 유경활동가가 코멘트 했습니다. 동의가 '능력'의 여부로 간주되어서 '능력' 없는 이들은 동의할 주체도 아니고 역량도 부재한 것으로 '패스'될 수 있는 점에 대해서 지적했습니다. 또한 유엔 보고서는 특정 연령 이하는 동의가 없었다고 간주해야 한다는 연령 제한을 항목 중 하나로 두고 있는데, 특정 연령 이상은 동의할 역량이 당연히 마련되고, 특정 연령 이하로는 연령이 없다는 도식은 현실과도 맞지 않고, 주체의 역량을 보완하는 일에도 도움 될 수 있는지 반문이 필요하다는 점을 논의했습니다. 


한국여성단체연합 경진 활동가는 UN보고서를 한국에서 활용하는 방안에 대해서 강조하며 코멘트했습니다. UN에 협약과 권고가 있다면 회원국 정부는 해당 협약과 권고를 이행했는지를 보고하는데, 이에 대해서 실제로 정부가 이행하고 있는지를 시민단체들이 현실을 UN에 직접 제보하고 리포트하는 과정이 존재하고 이 과정에 많은 시민들이 참여하기를 제안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강간죄 개정, 언제쯤 이루어질지, 나는 어떤 활동으로 함께 하면 좋은지 사전 질문에 대한 앎 활동가, 류호정 의원이 활동 제안들이 있었습니다.




더불어, 행사 말미에 채팅창에서 스태프로 참여한 개정연대 소속 활동가의 개인 채팅이 공개채팅으로 올라오는 일이 있었습니다. 이에 대해 참여자가 아쉬움을 제기해주시기도 했는데요, 현장에서는 행사 진행이 바쁘게 이루어져 상황을 바로 알아차리지는 못한 채 행사가 종료되었습니다. 강간죄개정연대에서는 행사가 마무리된 후 내부에서 당일에 할 수 있는 확인, 설명, 논의를 거쳐서 참여자들께 해당 상황에 대한 간략한 설명을 포함하여 문자 공지를 드렸습니다. 강간죄개정연대에서 가령 의제강간연령 문제에 대한 입장의 지형이 다양하고 내부에서도 계속 토론해오고 있는데, 이 내용 중 일부가 나타난 과정이었습니다. 발생된 일에 대해서 향후 토론을 이어나갈 것입니다.


토요일 이른 시간부터 시작된 낭독은 힘찬 울림이었고, 톺아보기 세미나는 강간죄 개정의 현재 상황과 쟁점들을 더 구체적으로 짚어습니다. 세계인권선언의 날, UN 역시도 여성폭력에 대한 입장을 형성함에 있어서 여러 차이들이 논쟁되고, 힘과 자원의 차이에 따라서 비판적인 흐름이 존재하기도 하지만 - 성폭력에 대한 세계적 상황과, 변화의 방향성에 비추어 한국 현실을 살펴볼 수 있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전국 재판부에게 UN보고서 발송! 부터 동의로의 변화가 가져올 쟁점에 대한 연구와 논의까지, 내년에도 강간죄개정연대의 활동은 계속 되니 많은 관심으로 함께 해주세요!

* 이상한 나라의 강간죄, 당신의 선택은? https://wonderful-law.korea.wtf/ 
* '강간죄'개정을위한연대회의 아카이브 https://change297.tistory.com/

* [번역자료] 강간에 관한 UN특별보고서(2021) https://www.sisters.or.kr/data/report/2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