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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도 변화

성폭력 및 여성 인권 관련 법과 제도를 감시하고 성평등한 사회를 위한 법 제·개정 운동을 소개합니다.
[성명/논평] [단호한시선]군대 내 성폭력 수사·재판 민간으로 이관, 바뀌는 것과 바뀌지 않는 것 : 2022. 7. 1. 개정 「군사법원법」 시행에 부쳐
  • 2022-07-05
  • 2903









[20220705 단호한 시선]

군대 내 성폭력 수사·재판 민간으로 이관, 바뀌는 것과 바뀌지 않는 것

: 2022. 7. 1. 개정 「군사법원법」 시행에 부쳐

 

이제부터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은 군사법원이 아닌 민간 법원에서 재판한다. 작년 여름 뜨거운 공분을 샀던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 사망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개정 「군사법원법」이 올 7월 1일부터 시행된 것이다. 이에 따라 △군인‧준군인이 범한 성폭력 범죄, △군인‧준군인이 사망하거나 사망에 이른 경우 그 원인이 되는 범죄, △군인‧준군인이 그 신분 취득 전에 범한 죄는 전시‧사변 등 국가비상사태 시를 제외한 평시에는 민간 법원이 재판권을 가진다. 또한, 고등군사법원이 폐지되어 앞으로는 군사재판 항소심도 민간 법원인 서울고등법원이 담당한다.


공정한 재판을 위해서 '군대내' 성폭력 사건의 재판권은 군사법원이 아니라 '군조직으로부터' 독립적인 민간법원으로 이관되었어야 한다. 군대 내 성폭력 사건은 끊임없이 발생해왔다. 2013년에는 육군 대위가, 2017년에는 해군 대위가, 2021년에는 공군 중사와 해군 중사가 각각 성폭력 피해 이후 세상을 떠났다. 그렇지만 군사법원은 제대로 된 판결 대신 군대 내 성폭력을 은폐·축소하고 조직적 2차 피해를 유발하는 데 일조해왔다. 2013년 육군 대위가 세상을 떠난 사건에서 고등군사법원은 추행 정도가 약하고 가해자가 초범이라는 이유를 들며 징역 2년에 집행유예 4년이라는 솜방망이 처벌을 내릴 뿐이었다. 2018년 고등군사법원은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에 대하여 원심을 파기하고 가해자 모두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피해자가 저항하지 않았으므로 폭행 또는 협박이 있었다고 보기 어렵다’라며 상명하복이라는 군 조직의 특수성을 무시하고 가해자의 위력을 고려하지 않은 판결이었다. 심지어 이 사건 가해자들은 고등군사법원의 승인하에 피해자의 실명, 주민등록번호, 질병 정보 등이 포함된 과거 의무기록을 제공받았고, 이를 고스란히 언론사에 배포하여 심각한 인권 침해를 일으켰다.


한편, ‘성폭력 가해자 법률 지원 산업’은 군사법원의 폐쇄성과 전반적으로 낮은 성인지감수성을 악용하여 감형‧무죄 전략 중 하나로 ‘도망 입대’를 제시해왔다. 가해자가 군인 신분을 취득하여 군사법원으로 사건이 넘어가는 것이 민간 법원보다 유리하다고 본 것이다. 


개정 「군사법원법」 시행에 따라 재판중인 군 성폭력 사건들도 민간 법원으로 이관된다.  예를 들면 지난 3월 대법원은 ‘해군 상관에 의한 성소수자 여군 성폭력 사건’에 대하여 각각 상고 기각과 파기환송이라는 엇갈리는 판결을 선고했는데, 파기환송심은 고등군사법원에서 서울고등법원으로 이관된다. 이는 군인 신분의 성폭력 피해자도 다른 시민들과 마찬가지로 군 조직과 독립적인 민간 수사‧재판부에서 사건을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또한, 적어도 가해자에게 유리한 군사법원을 이용하는 가해자 감형·무죄 전략은 무용해졌다.


그러나 인권‧시민사회단체가 오래전부터 촉구해왔던 평시 군사법원 전면 폐지, 군검찰·군사경찰 등 수사기관 개혁을 포함한 군사법체계 전면 개편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번 개정 「군사법원법」은 군사법원을 존치하며 민간 법원이 일부 사건에 대하여만 재판권을 가지는 데 그쳤고, 그마저도 ‘국방부장관은 국가안전보장, 군사기밀보호,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사정이 있는 때에는 해당 사건을 군사법원에 기소하도록 결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근본적인 개혁에는 실패했다는 평가가 남는다.


이제부터 군대 내 성폭력을 민간 수사기관 및 법원에서 수사·재판한다는 사실은 군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이는 결코 국방부가 군대 내 성폭력 문제해결을 민간에 맡기고 ‘나몰라라’ 해도 된다는 뜻이 아니다. 오히려 군 안팎 경계나 불평등한 권력관계를 넘어 시민이라면 누구나 제대로 수사, 재판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을 천명한 것이다. 민간 수사기관과 법원에서 성폭력 사건이 진행되면 오히려 ‘시장화’된 민간 법 자원을 통해 승부를 보겠다는 가해자들의 반격과 피해자 공격이 전면화될 위험도 있다. 이를 대비하고 확대하지 않을 방법은 일관되고 단호한 피해자 보호와 권리 보장, 성폭력·성차별 해소를 향한 군의 의지와 실행 뿐이다.


군은 ‘고소되는’ 성폭력 사건만 경각심을 가지고 대할 것이 아니라, 피해자가 고소 결심 이전에도 안심하고 성폭력을 상담·지원받을 수 있게 해야 한다. 또한, 형사적 성범죄 뿐 아니라 ‘성희롱’도 신고-심의-징계할 수 있도록 체계를 보장·강화해야 한다. 군이라는 조직/직장에서 성폭력 피해자 권리 보장과 2차 피해 예방, 지휘 및 인사에서의 불이익 방지도 명시적으로 의무화해야 한다. 이는 민간의 수사‧재판 기관으로 이관하거나 위임할 수 없는 군 조직 고유의 책무다.


우리는 군대 내 성폭력 및 사망 사건, 조직적 사건 은폐‧축소, 피해자 회유‧협박과 2차 피해, 솜방망이 처벌 등이 더는 반복되지 않도록 계속 주시하고 목소리를 낼 것이다.


- 국회는 평시 군사법원을 전면 폐지하라

- 국방부는 군대 내 성폭력 피해자 보호와 권리 보장을 위한 실질적 대책 마련하라

- 국방부는 여군/피해자를 오히려 ‘관심병사화’하는 남성중심적‧군기강중심적 조직문화를 개선하라


2022. 7. 5.

한국성폭력상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