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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폭주하는 남성성> 출간 1주년·3쇄 기념 백일장대회 수상작품 발표
  • 2026-09-07
  • 74

<폭주하는 남성성> 출간 1주년·3쇄 기념 백일장대회 수상작품 발표



(사진 설명: 도서관에 앉은 사람들이 원고지에 연필로 글을 쓰고 있다)


2026년, 8월29일 토요일. 서울 마포구 성미산학교 도서관에서 열린 백일장대회에 많은 분들이 참여해주셨습니다. 인문사회과학 도서 한 권을 다 읽고 참여해야 하는 쉽지 않은 자리였음에도, 많은 분들이 열의를 가지고 임해주셨습니다. 대회가 진행되는 1시간30분동안 연필이 원고지에 미끄러지는 소리, 다음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만 들렸습니다. 


도서출판 동녘, 민음사, 위즈덤하우스에서 일하는 세 분의 편집자가 외부심사위원으로 참여해 제출된 독후감과 N행시를 소중히 읽고, 평가해주셨습니다. 편집자 분들의 심사평을 공개합니다. 


아울러 N행시 부문 수상작, 독후감 부문 대상을 전문공개 합니다. 독후감 부문 최우수, 우수상은 부분공개를 하고 있습니다. 참여한 모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이분법적 젠더 규범을 어떻게 해체할 지 함께 쓴 고민을 잘 나누도록 하겠습니다. 성평등한 세상을 만들기 위해 함께 움직이고 나아갑시다.





(사진 설명: 심사위원들이 앉아 제출된 원고지를 읽고, 노트북으로 심사평을 작성하고 있다)



<폭주하는 남성성> 출간 1주년·3쇄 기념 백일장대회 심사평

이번 백일장에 참여한 많은 작품이 <폭주하는 남성성> 출간 1년 후, 우리 사회에서 반복되거나 확장되는 문제들을 고루 담아냈습니다. 덕분에 모든 작품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새덕후’ 이슈, 기후위기와 폭염의 문제, 윤석열과 이대남과 같이 우리에게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는 사안들을 ‘남성성들’이라는 맥락에서 자기 문장으로 풀어낸 작품이 많았습니다. 책 만드는 사람으로서도 1년 전 찍어낸 이 책이 계속 진화해 나가는 듯한, 뜻 깊은 경험을 할 수 있었습니다.

N행시 부문은 '폭주하는 남성성의 시대를 끝내자'라는 시제로 작품이 출품되었습니다. N행시를 짓기에는 쉽지 않은 시제였을 텐데도, 참여해주신 많은 작품이 이 책의 주제 의식을 깊이 있게 담아냈습니다. 시의적인 이슈를 담아주신 작품들이 있었고, 여성 혐오의 경험과 구조화된 남성성의 맥락을 랩 또는 시처럼 위트 있게 표현한 작품들이 많았습니다. 덕분에 N행시의 미덕 또한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중 추상아님의 작품은 오늘날의 정치 세태를 드러냈을 뿐만 아니라 성인지 감수성이 없는 친구가 동료 시민이 될 수 있도록 끝까지 함께 가겠다는 포용의 자세도 보여주었습니다. 이에 N행시 수상 작품으로 뽑았습니다.

독후감 부문은 글의 완성도, 시의성, 자기 이야기를 책과 연관 지어 잘 풀어냈는지 등을 기준으로 평가했습니다. 우수상으로는 부리님의 글을 꼽았습니다. 정상궤도를 탈락한 자기 이야기에서 시작해서 '폭주하지 못하는 남성성', 퀴어한 남성성에 대한 이야기를 예비하며 끝나는, 남은 이야기가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마찬가지로 우수상을 수상한 류하연님의 글은 자기 이야기로 시작해 꼼꼼하게 책을 읽고 정리한 완성도 높은 작품이었습니다.

최우수상으로는 재훈님 글을 꼽았습니다. 남성 페미니스트로서 페미니즘 공부를 시작한 진솔한 자기 이야기가 좋았습니다. <폭주하는 남성성>이 다른 페미니즘 도서들 중에서도 어떤 새로운 점이 있는지 짚어낸 점이 돋보였으며, 이 책이 남성들에게도 열려 있어 관련한 논의를 확장할 수 있다는 점을 짚어 주었습니다.

현소현님의 글은 최신 이슈를 이 책과 연결 지어 주장을 전개해 주었습니다. 사회를 위한 정의 실현을 주장하며 고양이와 캣맘에 대한 혐오를 드러낸 오늘날의 사건을 남성성의 맥락에서 짧지만 깊이 있게 살펴봐 주셨습니다. 심사위원단은 이 점을 높게 사서 이 글을 대상으로 꼽았습니다.

모든 분의 글을 무척 뜻깊고 즐겁게 읽었습니다. 더운 날 참여해주신 모든 분께 감사드립니다.


***

N행시 부문 수상자
N개의 가능성 상 : 추상아

독후감 부문 수상자
대상: 현소현
최우수상: 재훈
우수상: 부리, 류하연





(사진 설명: 왼쪽에는 시상자가 상장을 낭독하고 있다. 오른쪽에 수상자가 활짝 웃으며 수여를 기뻐한다. 뒷편에는 즐거운 표정의 심사위원들이 수상자를 바라본다.)

***


N행시 부문 수상작 전문공개

N개의가능성 상 / 추상아

싹 늙어어버렸네! 이
운석이가 그나마 합리적인 보수 정치인이라는 네 말을 듣고.
! 도대체 몇 번 말해. 나 페미라고. 내 앞에서 요즘에
자들이 오히려 피해자라는 그런
인지 감수성 없는 이야기하지 말랬지. 소리를 빽 - 내지르려다
질머리 간신히 부여잡고 우리
지난 세월과 우정을 되새기며
킨다. 폭주하는 남성성 단행본을.
의를 위해 너
용서하마. 이 책 읽고 다시 만나. 그땐
장토론도 환영한다. 친구야.
가 널 페미는 아니어도, 동료시민으로
리할 수 있도록 이 책을 선물할게.


***

독후감 부문 대상 전문공개


대상 / 현소현

종종 폭력이 누군가가 혐오하는 대상, 사회적 약자나 소수자를 향할 때, 민폐라는 이름으로, 혹은 멸칭으로 칭해지며 마치 폭력을 당해도 되는, 정당화된 존재라도 되는 것마냥, 폭력이 폭력이 아닌 것이 되기라도 하는 것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목격하곤 한다. 전장연 시위를 서교공이 불법이라고 칭할 때, 흉기난동 사건이 벌어진 후 사건을 여성혐오를 비롯하여 혐오를 분석하지 않은 채 무차별 살인·묻지마 살인으로 칭할 때. ‘저런 식으로 하니까’, ‘누가 거기 있으라고 했냐’, ‘그러게, 남자를 무시하지 말았어야지’, ‘얌전히 집에나 있을 것이지 왜 밖으로 나와서 사건을 만드냐’. 듣기만 해도 화가 치밀어 오르는 한편으로, 점점 과열되어 가는 폭력과 혐오가 결국 다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에게 돌아가게 되는 일을 매번 목격하면서 걱정이 커져만 가고 있다. 

또한 이 폭력의 굴레를 해결할 제도를 마련하고 사회적 약자의 목소리를 들어야 하는 정치인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혐오와 배제, 폭력에 힘을 실어주는 일이 반복되며 이 유해한 남성성은 더욱 극대화되고 있는 상황이 현재 벌어지고 있다. <폭주하는 남성성>을 읽으며 현재 새덕후를 위시하여 극우 청년들에 의해 불거진 ‘새와 고양이 논쟁’이 떠올랐다. 고양이가 새를 잡아먹는 광경을 많이 포착했다는 새덕후 개인의 경험에 불과한 주장에서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일을 금지하고 고양이를 살처분해야 한다는 주장이 유튜브에 올라오고 이 주장이 방송을 통해 퍼지고 극우 청년들이 동조하면서 사태가 점점 심각해지기 시작했다. 결국에는 개 산책길에 고양이을 물어 죽이게 했다느니, 나가서 고양이를 죽이고 왔다는 소위 말하는 인증글들이 올라옴과 함께 혐오가 들불처럼 번지고 있는 상황에 이르렀다. 이 사건에서 혐오와 폭력을 휘두르는 이들은 공통적으로 고양이와 캣맘에 대한 혐오를 드러냈고, 길고양이에게 밥을 주는 행위가 동네에 민폐가 되고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주장을 펼치고 있다. 새를 보호한다는 말은 명목에 불과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이들은 고양이와 캣맘에 대한 극심한 혐오를 드러내며 폭력을 휘두르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사회를 위한 정의 실현으로 정당화하고자 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 일련의 흐름이 이제까지 반복되어 온 혐오와 폭력의 굴레를 다시 반복하고 있는 점에서 분노를 느낌과 동시에 걱정이 커지고 있었다. 이 책을 읽은 후, 저들의 혐오와 폭력을 어떻게 명시하고 마주할지, 그리고 이 유해한 남성성의 시대에 어떻게 맞서야 할지를 다시금 생각해 볼 수 있었다. 

혐오와 폭력을 목도하고 불안과 분노만을 느끼는 일을 넘어서 저들의 남성성을 마주하고 폭주하는 남성성의 시대를 끝내기 위해 방도를 모색하는 일을 멈추지 않게 해주는 동력이 될 수 있는 책이지 않은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

독후감 부문 최우수 및 우수상 수상작 부분공개


최우수상 / 재훈

“사람을 그 외양으로 판단해서는 안 되겠으나 페미니즘 관련 행사에 올 때마다 생물학적 남성 출신 참석자가 나밖에 보이지 않는 건 암담한 일이다. 오늘 이 백일장 대회 역시 그렇다니 유감이고. 

<폭주하는 남성성>은 간만에 완독한 페미니즘 도서다. 페미니즘을 접한 지도 6년이 되어가는 데 나의 페미니즘 독서의 대부분은 입문 초기에 이루어져갔고 시간이 갈수록 줄어들었다. 그 이유를 거칠게 되돌아보면 대중적인 페미니즘 담론에서는 몇몇 형식의 이야기가 반복되는데 (본저에서 이우창의 표현을 인용하자면) ‘청년 남성을 대체로 동등한 대화의 상대보다는 비판 혹은 고찰(?)의 대상으로 간주’하기 때문이다. 내가 페미니즘에 과몰입하게 된 이유 중 하나는 전 여성 애인에 대한 미안함이었다. 나의 잘못이 무엇이고 반복하지 않으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고 싶었다. (...) 

성폭력과 성차별은 문란하거나 노력이 부족한 여성 개인 혹은 싸이코패스 남성 개인에 의해 진행되는 게 아니라, 남성중심적 사회가 역사적으로 장려하고 묵인하는 구조적인 문제라는 것이다. 이 진실을 알고난 후 ‘한남’이라는 호명의 의미를 깨달았다. ‘나 역시 그들 중 하나였구나’ 깊이 좌절하고 비슷한 진실을 다양하게 반복하는 페미니즘 도서들을 섭렵해가며 나는 스스로의 남성성과 가부장적 가치관을 반성하는데 중독되었다.”


우수상 / 류하연


“책에서는 이렇게 차근차근 유해한 남성성에 대해 말하며 이것이 내가 한 온라인 커뮤니티의 댓글에서 접한 ‘성별을 나눠서 생각하지 말라’는 주장을 반박한다. 즉 유해한 남성성의 존재를 인지하고 이를 받아들이는 것에서부터 폭주하는 남성성에 대항하기 위한 시도가 시작될 것이다. 이건 나에게 하는 말이기도 하다. 스무살 때 같은 강의실에서 함께 수업을 들었던 이가 어느날 ‘강남역 의대생 여자친구 살해 사건 가해자’라는 이름으로 뉴스에 나왔을 때, 남자친구의 폭행으로 숨진 사회초년생 사건을 공론화하고자 인스타그램에 올라온 글을 고등학교 동창이 리그램했고, 알고보니 동창의 대학 선배가 피해자라는 사실을 알았을 때 폭주하는 남성들이 가까이에 있음을 느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 폭주하는 남성성의 폭주를 어떻게 막을 수 있을까. 

알베르 카뮈는 ’어제의 범죄를 벌하지 않는 건 내일의 범죄에 용기를 주는 일’이라고 한다. 마찬가지로 오늘의 폭주하는 남성들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 건, 내일의 남성성에 용기를 주는 일이지 않을까? 내일의 폭주하는 남성성을 막기 위해 우리는 끊임없이 이야기해야 한다.” 


우수상 / 부리


“정상궤도에서 “탈락”한 여성으로 살아가는 건 꽤나 즐겁고 홀가분하다. 수많은 대안적 관계들 속에서 돌봄을 주고 받고 있고, 문제가 생기면 함께 고민하고 의견을 나누며 서로를 확장시켜 간다. 사회적 과업 수행의 압박에서 벗어난 것만으로도 더 많은 문이 열린다.

하지만 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탈락한 여성성에 관한 것은 아니다. 탈락한,  주변화된, 그렇다고 폭주하기도 어려운 남성성에 관한 것이다. 예상하듯이 이는 성소수자, 그중 스스로를 남성으로 정체화하는 이들, 더불어 사회적으로 “엘리트”로 여겨지며 정상궤도를 성실히 밟고 있는 어떤 이들에 관한 이야기다. 나와 공유하는 정체성도 있지만 분명 어떤 점에서는 그렇지 않기에 이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 퍽 조심스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폭주하는 남성성”의 틈새에서 자꾸만 이들의 모습이 아른거려 쓰는 것을 멈출 수 없게 되었다.”




(사진 설명: 책상 위에 <폭주하는 남성성> 책이 여러 권 놓여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