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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후기] 2025 격월간 북클럽 다불다불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 함께 읽다!
  • 2025-0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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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즘 북클럽 다불다불

KSVRC 페미니즘 북클럽 <다불다불>은 ‘다정하고 불온하게’의 약자입니다.  수상한 시절을 살아가는 페미니스트들이 함께 공부하면서 다른 세상을 꿈꾸는 불온한 상상력을 잃지 말자~는 다짐이 담겨있습니다.  


3월에 진행된 첫 북클럽은 뜨거운 신청과 각자의 사정이 만나 3명의 참여자분과 소소하게 한국성폭력상담소 1층에서 진행되었습니다. 참여하신 분들에게 바쁘고 혼란한 시기, 금요일 저녁에! 어떻게 이 자리에 함께 되었는지 질문하며 본격적인 북클럽 시작되었습니다. 

“관련 공부를 했지만 직장생활을 하다보니 책 읽기를 소홀히 하게 되더라. 뜻 맞는 분과 이야기 나누기 나누고 싶어” (누리)

“페미니즘 도서 수집만 하고 읽지는 않던 와중  3부만 읽는다길래 부담을 덜고 참여함. 여성주의 도서를 함께 읽는 것이 반가워 신청”(나타샤)

“책이 나온지 얼마 안되었을 때부터 가지고 있었음. 그러나 펼칠 시간이 없었다! 이 기회에 책을 읽겠다는 마음으로 참여”(호랑)  


참여자들이 입을 모아 읽고 싶었다! 외친 3월의 책은 바로바로 한국여성학회가 기획한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이었습니다. 그중에서도 우리는 3부 ‘차별과 맞물리는 신자유주의적 현실을 보다’를 중심으로 읽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함께 읽은 텍스트는 하나같이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있고, 쉽게 답하기는 어려운 질문들이 마구 펼쳐졌습니다. 난상토론의 내용을 일부 공유합니다. 


능력이 있으면 여성차별과 억압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

우리 사회에 언제부턴가 공정은 중요한 가치로 등장했습니다. 능력주의 공정담론에서는 ‘공정하게 능력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한 원칙이 됩니다. 여기서 공정은 평등과는 다른 의미를 가집니다. 평등은 불공정한 것처럼 인식되고, 성평등을 이야기하는 페미니즘은 ‘불공정’ ‘역차별’과 곧장 연결됩니다. 이러한 능력주의 공정 담론에 대한 비판적 논의를 3부 1장 <능력주의는 어떻게 구조적 성차별과 공모하는가 ‘공정’담론부터 포스트페미니즘까지>이 다루고 있습니다.


공정담론은 태어나면서 가지는 자원, 운을 따지지 않고 무조건 개인의 노력과 선택만을 강조합니다. 책에서는 마이클 조던의 농구 실력도 농구 산업 문화가 발달한 미국사회가 아니었다면 그만큼의 대가를 받기 어려웠을 거라는 예시가 나옵니다. 개인의 능력이 임의적인 만큼, 공동 자산의 성격을 갖는다고 주장한 학자도 있었습니다. 페미니스트들도 능력주의 담론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져왔습니다.  여성에게 재생산 노동에 책임을 전가하는 사회에서 여성의 시간 사용은 남성에 비해 불평등합니다. 남성들이 능력이 있어서 고임금을 받는 것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유연한 근무환경인 시간제 업무로 몰릴 수밖에 없는 여성들의 조건을 봐야한다고 이야기 나누었습니다. 


지금의 사회는 여성뿐 아니라 소수의 사람들을 제외하고 모두 루저, 실패자, 탈락한 사람으로 만들고 있는데 왜 사회적 분위기는 여전히 능력주의 공정담론을 타당하다고 여길까? 질문도 해보았습니다. 능력주의 공정 담론은 그저 사회적으로 권장되는 기준이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내면의 윤리로 작동하고 있다는 점을 짚었습니다. 나타샤님은 콜센터에서 일했던 시기 화장실도 못 가면서 열심히 일했지만 고객에게 전달하는 정보의 양 혹은 질이 아니라 무조건 콜 수 하나만으로 능력이 평가되고 인센티브가 책정되는 상황을 나눠주셨습니다. 고객이 끊지 않으면 상담을 종료할 수도 없는 제도가 있음에도 특정하게 고객의 요구를 ‘쳐내는’ 사람만이 능력을 인정받는, 측정 시스템의 불공정함이 있었던 것이지요. 그러나 능력주의 담론은 스스로 내가 부족하거나 덜 성실했기 때문에 적은 인센티브를 받았다고 수긍하도록 만듭니다. 


한편으로 능력주의에서 탈락된 사람들의 목소리는 어디서 들을 수 있을까?도 생각해보았는데요. 자신의 ‘탈락되었음-루저라는 자기인식’ 자체를 정체성으로 삼고 피해자임을 주장하며 더 자원이 적은 소수자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떠올랐습니다. 누군가를 지속적으로 탈락시키는 신자유주의의 ‘구조’를 어떻게 더 이야기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되었던 순간입니다. 


1장의 저자 엄혜진님은 책 말미에 ‘능력주의’ 소설 속  “출세할 기회가 아니라 풍요로운 삶을 위해 자기만의 특별한 역량을 발전시킬 기회를 균등하게 누리는 사회”의 비전을 인용하며 페미니즘의 메시지와도 크게 다르지 않다고 강조합니다. 능력이라는 허구의 기준에서 탈락되고, 조롱받고, 수치심을 느끼는 사회가 아니라 풍요로운 삶을 기준으로 두는 사회는 어떤 모습일까요? 북클럽이 끝나고서도 종종 생각나는 문장입니다.  


이외에도 여러 주제를 가지고 이야기를 나누었는데요. 아래는 나눈 이야기를 간단하게 정리해보았습니다.


젠더 이후의 젠더 정치학

-‘여성폭력은 여성이 피해자인 폭력이 아니라 젠더화된 사회에서 여성에게 가해지는 폭력을 말하는 것이다. 구조적 성차별도 피해자의 대다수가 여성인 현실에 대한 구조적 이해를 요청하는 말이다. 그런데 사람들에게 여전히 ‘생물학적 여성’에게 일어나는 폭력의 의미로 받아들여지는 것 같다. 여성을 본질적으로 피해자화하지 않고 여성폭력을 잘 이야기할 수 있을까? 

-법은 특히 젠더라는 구조를 보지 않고 생물학적이고 진공상태의 개인을 상정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또한 법은 어떤 것이 성적 폭력인지 이해하지 않고, 남성의 성기가 여성의 성기에 강제적으로 삽입하는 것이라는 행위 중심적 정의를 가지고 있는 것이 한계적인 것 같다


여성의 몸이 금융 자산이 되는 시대, 남성은 약자가 될까? 

-남성 역차별론 이슈는 ‘타고난 성별로 득을 보는 여성의 문제로 인식된다. 그리고 이들과 비교했을 때 나는 기회를 갖지 못한 약자, 혹은 제한된 파이를 앞에 두고 상대적으로 작은 파이를 할당’당한’ 피해자가 된다.(가장 상징적이고도 여성혐오적인 밈) ‘설거지론’은 여성혐오가 아니라 불공정이라는 논리로 포장되고 있다. 

 -데이트 비용을 부담해야 만날 수 있는 여자친구, 설거지나 시키는 부인, 여성할당제의 혜택을 받는 여성은 모두 여자로 타고난 이득 혜택을 받는 존재들이라고 상상된다. 

-정말 남성은 ‘약자’이고 ‘피해자’인가? 여성은 ‘타고난 조건’으로 불공정하게 수혜를 받고 있는가?  

<돈 되지 않는 몸을 가진 남성-피해자들 : 자산 불공정 감각과 여성-불로소득자 담론>(김주희,2024,137~140p) 내용 발췌 및 정리   

-여성의 몸을 착취수단으로 삼고, 상품화 논리에 따라 여성의 몸을 이리저리 평가하며 수익 구조 속에 밀어넣는 남성문화에 대한 이야기도 할 수 있지만 한편으로 이득을 보는 ‘여성의 몸’이라는 것이 정말 존재한다면 그것이 얼마나 각고의 노력과 ‘능력’을 통해 가능한 것인지도 따져보아야 하는 것 아닌가(!) 전문가적인 기술과 많은 자원, (몸에 포함된) 감정을 다루는 역량의 복잡한 구성이 우리가 흔히 상상하는 ‘자산으로서 여성 몸’인데도 여성들은 타고난 성별로 이득을 본다’는 말로 폄하되고 마는 현실은 또 뭔가!  


저출생 문제를 페미니즘의 언어로 설명한다면? 

-여성에게 모성이 선천적으로 있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출산/육아/돌봄의 경험이 길러주는 기술과 삶의 영향은 있을 것이고, 남성들도 이 경험을 함께 해야 한다

-태어난 생명에게 잘해주어야 다른 생명도 태어날 수 있다! 산재나 암, 질병, 스트레스로 태어난 생명이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있지 못하고 있다. 건강한 일터에서 좀더 인간답게 노동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으로 관점을 전환하면 인구의 지속가능성 측면에서도 더 나은 답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아이를 낳고 기르는 데 돈이 점점 더 중요한 요소가 되었고, 그게 출산율 떨어지는데 영향을 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결국 아이를 낳는 사람들은 계급이 유지되는 사람들이고, 이러한 관점에서는 아이를 낳지 못한/안한 것을 박탈로 이야기하는 것도 가능할 것 같은데 여성운동 관점에서 맞는 말일까?


북클럽이 진행된 3월 말은 헌법재판소의 탄핵 선고가 기약없이 늦어지며 마음도 타고, 여러 투쟁활동들로  몸도 지쳐있던 시기였습니다. 오랜만에 ‘탄핵 그분’이야기 없이 페미니즘을 마음 맞는 동료들과 마음껏 할 수 있어 저에게도 무척 재미있는 시간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참여자 누리님의 소감을 공유하며 오늘 후기를 마칠게요:) 


“그동안 바쁘다는 핑계로 여성주의 책읽기를 소홀히 했었는데 한국성폭력상담소 북클럽 ‘다불다불’에 참여하기 위해 ‘디지털 시대의 페미니즘’을 끝까지 읽을 수 있었고, 함께 참여한 구성원들과 서로의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질문하는 과정을 통해 혼자 읽었다면 미쳐 생각하지 못했을 새로운 관점과 지식들을 알게 된 유익한 시간이었습니다. 

‘차별과 맞물리는 신자유주의 시대의 능력주의는 어떻게 구조적 성차별과 공모하는지’ ‘본질주의에 휘말리지 않으면서 여성운동을 이야기할 수 있는 방법과 언어는 무엇인지’ ‘페미니즘의 언어로 저출생의 문제를 이야기’해보는 시간을 통해 여성을 둘러싼 문제들을 여성주의 언어로 설명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기쁘고 다음 북클럽 시간도 기대됩니다. 


KSVRC 북클럽 다불다불은 격월로 진행되고, 매번 새로운 참여자를 초대하고 있습니다. 5월에 진행되는 다불다불에서도 ‘다시 연결되고, 불타오르는🔥’시간이 될 수 있도록 흥미로운 책과 맛있는 다과를 준비할게요>< 많은 기대와 참여 부탁드려요!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동은 활동가가 작성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