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열림터
  • 울림
  • 울림
  • 열림터
  • ENGLISH

성문화운동

성폭력에 맞서기 위해 대안적인 관계, 일상, 실천을 만들어가는 성문화운동을 소개합니다.
[후기]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 서울퀴어퍼레이드와 다른 연대활동 참여
  • 2024-06-18
  • 910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 서울퀴어퍼레이드와 다른 연대활동 참여 후기



6월은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


6월은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LGBT Pride Month)입니다. 성소수자 자긍심의 달은 스톤월 항쟁에서부터 비롯되었지요. 미국 매카시 의원 등장 후 미국 전역을 휩쓸었던 공산주의자 색출 열풍 중, 동성애자 역시 ‘위험 분자'로서 색출 대상에 올랐습니다. 1950년대와 60년대 미국은 동성애자로 알려진 사람들을 리스트업했고, 직장에서 해고하거나 수사와 체포 대상이 되기도 했습니다. 1969년 6월 28일, 미국 뉴욕의 게이 바인 스톤월 인이 기습 경찰단속을 당한 후, 퀴어 그룹은 대대적인 집회와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이후 이 항쟁을 기억하기 위해 6월이 ‘자긍심의 달'이 된 것이지요. 


올해는 바로 그 6월의 시작인 6월1일에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열렸습니다. 서울퀴어퍼레이드는 한국에서 가장 큰 퀴어퍼레이드이자, 우리 상담소가 위치한 서울 지역에서 열리는 행사입니다. 그래서 상담소도 늘 서울퀴어퍼레이드에 함께 합니다. 어떤 사람들은 왜 ‘성폭력'과 상관없는 퀴어행사에 함께 하냐고 묻기도 합니다. 그렇지만 이 땅의 누구도 성폭력과 상관없을 수는 없습니다. 그리고 꼭 성폭력 사건에 대한 해결만이 아니더라도, 상담소가 함께 할 이유는 충분합니다. 우리는 늘 사회가 규정한 ‘정상'의 범위에 문제를 제기하고, 확장하거나 규범을 깨뜨리는 데 주력하는 페미니스트 단체이기 때문이죠. 


반성폭력 의제를 주로 다루는 페미니스트 단체로서, 우리는 올해 서울퀴어퍼레이드에 ‘페미니스트 퀴어 정치’를 주제로 한 부스를 차리기로 계획했습니다. 아시다시피 올해는 22대 국회의원 총선거가 있는 해였지요. 그래서 2월부터 4월까지는 총선에 대응하는 여러 사업으로 바빴는데요. 마침 서울퀴어퍼레이드 당일이 새로운 국회가 개원하는 6월의 시작이지 않겠어요? 그럼 어쩔 수 없죠. 당연히 해야죠. 퀴어 정치를 주제로 한 부스 기획. 🙆🏽🌈


우리의 올해 부스 테마 : 페미니스트 퀴어 정치



(사진: 퀴어콩나무를 키우자고 쓰인 콩나무 모양 판넬이 있고, 여러 유인물이 비치된 부스 모습이다) 


부스에서 했던 캠페인 활동은 총 세 개였습니다. (많은가요? 사실 덜어낸다고 덜어낸 건데… 근데 이것도 어쩔 수 없어요. 상담소는 늘 욕심(하고 싶은 말)이 많다는 핀잔을 듣는답니다.)



(사진 1. 각양각색의 콩 모양이 그려진 스티커들이 놓여있다. / 사진 2.  퀴어콩나무를 키우자 무럭무럭~ 이라고 손글씨로 쓰여있는 대형 콩나무 모양 판넬의 모습이다.) 


첫 번째는 우리들의 퀴어 콩나무를 키우자! 입니다. 


불안, 우울… 세상은 과연 더 나아질까? 최근 많은 사람들의 감정 상태인 거 같아요. 페미니즘 백래시와 기후위기, 불안한 주거 등 여러 요인이 우리를 자극하고 있죠. 그럼에도 힘을 내는 것이 사람이고, 여럿이 모이면 힘이 더 나는 것이 사람이잖아요. 그래서 이 프로그램은 모두 모여서 다양성과 페미니즘 정책을 말하는 자리로 기획했습니다. 다양성과 페미니즘 정책을 콩 모양 스티커로 만들고, 참여자들이 하나를 골라 퀴어콩나무에 붙이는 것이었어요. 


왜 콩이냐? 콩나무가 무슨 의미냐? 현장에서도 여러 질문이 있었습니다. 올해 상담소가 ‘콩깍지’에 꽂혀있기 때문인데요. ‘넷플릭스 팟’ 구하는 사람들처럼… 우리는 페미니스트 팟(pod-콩깍지)를 만드는 것을 목표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정책도 콩으로, 콩을 붙이는 것도 콩나무로… 


상담소에서 제시한 일곱가지 다양성과 페미니즘 정책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1. 동의없는 성행위는 강간이다! 형법 제297조 강간죄 개정
  2. 합의에 의한 동성 간 성관계를 처벌하는 군형법 92조의6 폐지
  3. 성적 지향, 성별정체성에 따른 차별금지를 포함한 차별금지법 제정
  4. 혼인평등법, 생활동반자법 등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마련
  5.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친화적인 교육 환경 및 초중고 교육과정 마련
  6. ‘성별의 법적 인정에 관한 법률’ 제정
  7. HIV 감염인 전파매개행위죄 폐지



(사진 1. 콩 스티커들이 가득 붙어서 판넬 범위를 벗어나 있는 모습이다. / 사진 2. '퀴어콩나무가 쑥쑥 자라도록 우리가 원하는 정책 콩 스티커를 붙이자!' 라고 쓰인 녹색 모양 홍보물 모습이다. 각 정책들을 설명하고 있다.)


가족구성권 보장을 위한 법제도 마련과 포괄적 차별금지법 제정은 오후 3시쯤에는 동이 났답니다. 청소년 당사자라고 밝힌 분들은 청소년 성소수자에게 친화적인 교육 환경과 교육과정 마련을 많이 골라주셨구요. 일곱가지 정책을 다 붙일 수 없다는 사실에 슬퍼하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나만 고른다면? 고민하며 정책에 대한 고민을 이어가는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렇게 많은 이들이 모이고 모여… 퀴어콩나무는 형체를 잃었고, 콩티커들이 몸집을 불려 나중에 부스 방문객들이 “저게 뭐야? 지도인가?” 하기도 했답니다.




(사진 1. 적극적합의유형테스트의 이미지 파일로, 상단에는 "적극적 합의 생활의 달인"이라고 쓰여 있다. 초록색 캐릭터가 꽃이 핀 풀숲에서 평화로운 표정으로 물조리개를 내려둔 일러스트이다. / 사진2. 적극적합의유형테스트의 이미지 파일로, 상단에는 "적극적 합의 유망주"라고 쓰여 있다. 초록색 캐릭터가 분홍 돋보기를 들고 있고, 청록색 캐릭터는 분홍 퍼즐 조각을 들고 있는 일러스트이다.)


두 번째는 성적 동의, 적극적합의유형테스트였어요.


서울퀴어퍼레이드에는 항상 참여자들이 많고, 부스를 구경하기 위해 대기하는 분들도 많지요. 그래서 순서를 기다리는 동안 간단하게 해볼 수 있게끔 온라인 유형테스트를 만들었습니다. (적극적합의유형테스트 소개는 여기로, 참여는 여기에서) 우리 삶의 성적 행동과 관계, 어떻게 맺고 있는지 살펴볼 기회는 별로 많지 않죠. 하지만 성적인 관계는 그만큼 중요하기도 합니다. 몇몇 커플들이 서로 테스트를 하며 안도하거나(!) 대화를 나누는 모습도 볼 수 있었습니다. 




(사진 1. 불바다 배경 위에 여러 국회의원들의 얼굴이 역동적으로 배치되어 있다. 하단에는 커다랗게 "평등을 가로막는 정치인"이라고 쓰여 있다. 바로 위에는 국민의미래 '조배숙 당선인'이 "22대 국회에서는 차별금지법과 유사 차별금지법을 막아낼 것이고 그것을 위해서 많이 기도해주시고 또 응원 부탁드립니다" 라고 말한 뉴스 멘트가 들어가 있다. 그 외에도 해당 의원들이 한 혐오발언, 차별적인 정책 기조 등이 꼬불한 글씨로 쓰여 있다)



세 번째는 I SEE YOU… as queer - 혐오를 일삼는 정치인들 입니다. 11시, 15시, 18시 정각에 반짝 나타나는 이동형 캠페인이었는데요. 22대 국회에 선출된 의원 중 여성과 소수자 혐오 발언을 하거나 혐오 정서에 기반한 정책을 주장하는 인물을 알리고, 퀴어 시민들의 감시를 촉구하는 캠페인이었어요. 우선 우리는 혐오 의원들을 불바다로 보내버렸습니다. 1m X 1m 의 커다란 불바다 배경의 판넬을 보고 지나가던 축제 참여자 분들이 많은 호응을 보내주셨어요. 각 의원의 정치적 행보를 이미 알고, 모두에게 감시의 눈알 스티커를 붙이고 싶지만 ‘이 의원은 내 지역구 후보였기 때문에 눈알을 붙이겠다!’ 고 말씀해주시는 분들도 계셨습니다. 40분 남짓 진행된 캠페인에서 모인 눈알은 약 450개… 혐오에 대항사는 퀴어 시민들의 감시는 이어집니다. 👀🔥



자긍심의 달, 자긍심의 날, 다른 연대 활동은?


이 외에도 서울퀴어퍼레이드 축제가 열리던 당일, 상담소는 다른 여러 연대 활동을 함께 했는데요. 




한국성폭력상담소가 제안하는 루트라는 이름으로 카드뉴스도 냈었지요. 


서울퀴어퍼레이드가 시작하는 시간, 서울광장에서는 ‘성평등 도서는 도서관으로, 차별과 혐오는 지옥으로!’ 라는 굉장한 이름의 기자회견이 열렸습니다. 보수기독교에 기반한 세력들이 전국의 도서관에 성평등∙성교육 도서를 열람 제한하거나 폐기하라는 공문을 보내고 있지요. 이들은 적극적인 성소수자 혐오 선동 그룹이기도 합니다. 


이런 세력에 은근히 동조하는 것처럼, 서울시는 퀴어퍼레이드의 서울광장 사용을 지속적으로 불허하고 있습니다. 올해는 서울광장에서 ‘책 읽는 서울광장' 프로그램이 개최되고 있기 때문이라는 이유를 들었는데요. 퀴어퍼레이드의 서울광장 이용을 막기 위한 기만적인 행정 아닌가 하는 비판이 있습니다. 


서울시가 퀴어퍼레이드를 불허한 서울광장에서 퀴어 시민들이 모여 기자회견을 한다는 점이 의미있었습니다.



(사진 1. '우리에게는 미프진이 필요하다' 홍보물 아래 '팔레스타인 평화를 위한 대화 가이드'가 놓여있다. / 사진 2. 한국성폭력상담소 무지개 깃발 위에 팔레스타인 해방을 염원하는 팔레스타인 국기가 걸려있다.)



오후 2시부터는 주한이스라엘대사관 인근에서 ‘팔레스타인에 해방을' 집회에 참여했습니다.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와 라파지구에 대한 공격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전쟁 국가라는 이미지를 벗기 위해 이스라엘이야말로 다양성을 보장하고 성소수자 친화적이라는 홍보를 거듭하고 있지요. 이 전략을 핑크워싱(pinkwashing)이라고 부르는데요. 이번 서울퀴어퍼레이드에서는 이스라엘에 대규모 무기지원을 한 미국, 영국, 독일 대사관이 부스로 참여하고 있었습니다. 같은 축제에 참여하는 주체로서, 이 대사관들에 전쟁의 책임을 묻자는 행동이 있기도 했었어요. 상담소도 대규모 학살에 반대하기 위해, 전쟁을 규탄하기 위해, 퀴어퍼레이드 중간에 집회에 참여함으로서 팔레스타인 연대 행동에 함께했습니다.



다 같이 행진하자, 퀴어퍼레이드



(사진 1. 검은 선글라스에 무지개색 퀴어 콩 스티커를 붙인 활동가의 모습이다. / 사진 2. 육색 무지개 배경의 한국성폭력상담소 깃발을 든 한국성폭력상담소 활동가들의 단체사진이다.)



여러 연대활동과 부스프로그램 이후에는 행진으로 마무리하였습니다. 이 날 행진 참여 인원이 굉장했다고 들었어요. 서울시의 불허와 혐오세력의 훼방이 쫌 짜증😮‍💨나긴 하지만, 우리 역시 이만큼 굉장한 세력이니까요. 우리들의 페미니스트 퀴어 콩깍지가 있다는 것을 기억해봅시다. 안녕~ 🌈 🦄



이 후기는 성문화운동팀 활동가 수수가 썼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