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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7.14. (여성신문) ‘꽃뱀’ 몰린 성폭력 피해자 향해 “상대방 좋아했냐”고 묻는 검사 관리자 ㅣ 2018-07-06 ㅣ 18

기사제목: ‘꽃뱀’ 몰린 성폭력 피해자 향해 “상대방 좋아했냐”고 묻는 검사

보도날짜: 2017년 7월 14일

언론신문: 여성신문

보도기자: 강푸름 기자

기사원문:


지난 4일 서울중앙지방법원 서관에는 긴 줄이 늘어섰다. 가수 겸 배우 박유천(31)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가 오히려 무고 및 명예훼손 혐의로 역고소당한 20대 여성 A씨의 국민참여재판이 열린 날이었다. 법정 밖은 취재진과 A씨를 지원하는 여성단체 활동가, 박씨 팬들로 인해 재판 전부터 긴장감이 흘렀다.


이날 재판은 4일 오전 10시 30분부터 다음날 새벽 2시 35분까지 17시간가량 진행됐다. 길고 긴 마라톤 끝에야 A씨는 힘겹게 웃음 지을 수 있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1부(부장판사 나상용)는 5일 무고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된 A씨에게 배심원 7명의 만장일치 의견에 따라 무죄를 선고했다. 배심원의 의견을 수용한 재판부는 “검사가 제출한 증거들만으로는 A씨가 허위사실을 신고하거나, 허위사실로 박씨의 명예를 훼손했다고 인정하기 부족하다”며 “A씨의 공소사실은 범죄의 증명이 없는 경우에 해당되므로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선고 후 미소를 짓던 A씨는 이내 오열했다. 이유 있는 울음이었다. A씨는 성폭력 피해자임에도 직업에 대한 편견 때문에 재판 과정에서조차 ‘꽃뱀’으로 몰리며 2차 피해를 당해야 했다.


“허리 돌려 저항하면 성관계 막을 수 있지 않나” “박유천을 좋아했나” “성폭행 이후 피해자가 보이는 양태와 판이하게 달라 의심된다” 검찰이 피고인 A씨를 신문하며 질의한 내용이다. 검사가 여성에 대한 편견을 드러내는 질문을 할 때마다 방청석 곳곳에선 깊은 한숨이 새나왔다.


A씨는 2015년 12월 유흥업소 내 화장실에서 박씨에게 강제적으로 성관계를 당했다고 주장하고 박씨를 성폭행 혐의로 고소했다. 반면, 검찰은 이 사건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봤다. 검찰 측은 A씨가 박씨와 긴밀한 사이가 될 경우 경제적으로 나아질 것이라 기대하며 성관계한 것일 거라고 추측했다. 또 박씨와 합의 하에 성관계를 했지만 연락처도 주지 않고 가버리자 앙심을 품은 A씨가 박씨를 고소했다고 주장했다. A씨가 화대를 바라고 박씨와 성관계를 했다는 것이다.


성폭행 피해 여성을 마치 ‘꽃뱀’으로 몰고 가는 논리에 방청객은 탄식했다. A씨 진술에 따르면 사건 발생 당시 박씨는 A씨에게 대화 좀 하자며 룸 내 화장실로 가자고 했고, A씨와 함께 화장실로 들어간 박씨는 다짜고짜 키스했다. A씨가 거부반응을 보였음에도 박씨는 강제 추행했고, 갑자기 바지를 벗은 뒤 구강성교를 요구했다. 이에 A씨가 저항하자 박씨는 강제로 성관계를 했다고 A씨 측은 설명했다.


그러나 검찰은 A씨의 말을 믿지 않았다. 오히려 A씨를 무고 가해자라 여겼다. A씨의 무고 혐의를 입증하려는 과정에서 검찰은 성폭행 피해 여성에 대한 편견을 여실히 드러냈다. 4일 재판에서 검사가 피고인 A씨를 신문하며 쏟아낸 편견 섞인 발언을 소개한다.


-“(박씨를 성폭행으로 고소한 여성 A씨에게) 박유천을 좋아했나?”

-“(성폭행을 당한 것이라면) 당시 밖에 있는 사람들에게 왜 도움을 요청하지 않았나?”

-“(피고인은) 성폭행 이후 피해자가 보이는 양태와 판이하게 달라 의심된다.”

-“(성관계를 한 화장실이 매우 비좁은데) 그런 곳에서 성관계가 가능한가?”

-“(화장실) 바로 옆에 문이 있는데 그냥 밀고 나가면 되는 거 아니었나?”

-“박유천이 화장실문 손잡이를 잡고 성관계를 했다고 하는데, 저는 납득이 안 된다.”

-“허리를 돌려 비틀면 (남자 성기가 빠져) 성관계를 막을 수 있지 않나?”

-“(피고인이 일하는 텐카페라는 곳은) 성매매가 이뤄지지 않는 ‘건전한’ 업소라고 했는데, 그럼 마담이나 종업원들이 손님과의 성관계를 막아주는 게 기본 아닌가?”

-“화장실 안에 수건이 있었는데 (성관계 후) 왜 생리혈을 수건으로 닦지 않고 물로만 닦았나?”


이번 재판이 특별한 사례는 아니라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한국여성민우회 성폭력상담소(이하 상담소)가 성폭력 범죄 재판에 동행해 정리한 피해자 권리에 대한 모니터링 보고서(2013~2016년)에 따르면, 성폭력 피해자가 법정에서 2차 피해에 노출될 가능성은 매우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상담소는 재판 과정에서도 성폭력의 책임을 피해자 여성에게 돌리거나 피해를 의심하는 발언, 사건과 관계없는 부적절한 질문을 하는 경우가 있다고 지적했다. 피해자가 죄책감을 느끼도록 하는 질문, 다른 사람과의 성적 경험, 평소 품행, 직업 등에 대한 질문은 재판 과정에서 기존의 성폭력 통념을 강화하고 피해자에게 책임을 전가하는 효과를 유발한다는 것이다.


모니터링 보고서에 정리된 ‘피고인 변호사·검사·판사 등 소송관계인의 왜곡된 성폭력 통념 발언’에 따르면, 발언 유형은 △가해자 평소행실 △가해자의 의도 △성폭력 통념 △꽃뱀설 △문제제기 시점으로 고소 의도 의심 △성관계와 성폭력 혼동 △피해자 평소 행실 △피해자성 △피해자의 성경험 등이었다.


(중략)


이미경 한국성폭력상담소장은 “이번 재판은 성폭력에 대한 우리사회의 잘못된 통념을 그대로 드러내고, 성폭행 피해자를 2차 가해하는 검찰의 저급한 인권 감수성을 보여주는 재판이었다”고 비판했다. 이 소장은 4일 오전부터 5일 새벽까지 16시간 진행된 재판을 처음부터 끝까지 방청하며 A씨의 곁을 지켰다.


이어 이 소장은 “30년 넘게 여성인권 운동을 해왔지만 검찰의 낡은 사고는 변하지 않고 있다”며 “특히 이번 사건에선 피해 여성이 유흥업소 종업원이었다는 점에서 편견이 더 강하게 작용했다”고 지적했다. 특히 그는 “유흥업소 종사자나 데이트 폭력을 당하는 여성들은 성폭력을 당해도 성폭력으로 인정받지 못한다”며 한국사회의 비뚤어진 통념을 꼬집었다. 그러면서 “그런 점에서 이번 판결은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그간 지속됐던 ‘성폭행 고소-무고 역고소’를 단절시키는 물꼬를 텄기 때문”이라며 “배심원 전원이 무죄를 평결했고, 재판부가 수용해 무죄를 선고했다. 우리사회에 경종을 울린 판결”이라고 설명했다.

원문링크: http://www.womennews.co.kr/news/11556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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