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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2020년 또우리폴짝기금 : 봄 - "자립을 하고 나서 또 '폴짝'을 해야 하는 시기들을 매일 겪고 있잖아요." 관리자 ㅣ 2020-06-04 ㅣ 171

열림터 또우리 자립지원기금인 '폴짝기금' 사업이 올해 처음 시작되었습니다. 지난 6월 1일, 7명의 또우리들에게 폴짝기금이 집행되었어요. 선정된 또우리들과 열림터가 진행한 폴짝기금 사전인터뷰, 다들 잘 읽고 계신가요? 네 번째 또우리는 봄입니다. 또우리 봄과 열림터의 수수가 만났습니다. 봄은 자신이 기억하는 열림터와 자립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나누어주었어요. 그리고 또 최근 시작하는 작업도 설명해주었답니다. 



 

수수: 안녕하세요, 봄? 폴짝기금 선정을 축하드려요. 첫 번째 질문이에요. 폴짝기금 안내문을 처음 보았을 때 어떤 느낌이 들었나요?

봄: 쉼터에서 살았던 때가 생각났어요. 쉼터에 들어갈 때의 마음가짐이 ‘이전보다는 나아지고 싶다’는 거였거든요. 그때도 하나의 ‘폴짝’을 한 거였는데, 자립을 하고 나서 또 ‘폴짝’을 해야 하는 시기들을 매일 겪고 있잖아요. 그걸 공감받는 느낌이었어요. 이 이름이 좋았어요. 아직 쉼터가 나랑 연대하고 있고, 나에게 쉼터로 남아있구나.

자립하고 나오면 쉼터 생각이 날 때가 있잖아요. 쉼터에서 여러 규제가 있긴 했지만, 월세나 책 사는데 드는 비용 걱정은 안 했는데. 지금은 이북을 찾아보기 시작하고.. 하하. 도서관을 가고 싶은데, 코로나 때문에 도서관도 안 열리고.

저는 판결이 무죄로 나왔어요. 그러다보니 긴급주거지원을 신청할 수 없었어요. 피해를 입었던 장소에 다시 가서 지내다보니까 어떻게든 나가고 싶고, 쉼터 생각이 날 때도 있어요. 그런데 쉼터 퇴소 자립지원금을 가지고는 자립까지는 힘들어요. 자립에 조금 보태는 정도죠. 그런 상황에 폴짝기금은 다시 저를 돌아볼 수 있는 힐링 같았어요. 쉼터에서는 나를 위한 투자처럼 여러 프로그램들이 있었는데, 퇴소 후에는 그런 게 없었거든요. 폴짝기금이 그런 보탬이 될 거 같아요.

 

수수: 폴짝기금은 자신이 필요한 것, 하고 싶은 것을 하는데 도움이 되고자 만들어졌어요. 그리고 혹시 자기에게 뭐가 필요한지 생각해보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기가 원하는 것이 뭔지 한 번 생각해보게끔 하는 장치였으면 했어요.

봄: 네, 저도 그랬어요. 안내문에 적힌 문구를 읽으면서 생각을 한 번 해봤던 거 같아요. ‘미뤘던 병원 진료도 있고, 배우고 싶었던 거 있었는데?’ 하고요. 내가 뭘 하고 싶었었는지. 내가 자립할 때 어떤 꿈을 가지고 나왔었지? 라고 질문 던지며 그걸 주욱 써봤던 계기가 되었던 거 같아요. 쓰면서 스스로 정리해보게 된 거죠. 이 정도 금액이라면 나는 어디에 가장 투자하고 싶을까? 1회성으로 끝나지 않고, 내게 가장 유효하게, 다시 폴짝할 수 있는 건 뭐가 있을까? 폴짝기금이 선물이라면, 힐링이라면 어떤 것을 해볼까.

 

수수: 코로나 때문에 폴짝기금 사업을 시작한거냐는 질문도 받았었어요. 사회가 정지되고 도서관과 같은 공적인 기반들도 멈춰가는 시기잖아요. 모두가 힘들어하는데, 봄은 좀 어떻게 지내셨나요?

봄: 프리랜서로 일하다보니까 거의 일이 없어졌죠. 음악 일을 하는데, 음악을 가르쳐도 무조건 대면이고 비말이 가장 신경쓰이니까. 하하. 그런 것도 없어지고, 정서적으로도 좀 다운되는 게 있었던 거 같아요. 그래도 글을 쓰니까 좀 낫긴 했는데. 전체적으로 사회 분위기가 위축되니까 저도 좀 영향을 받아요. 코로나 시기라서 사실 더 힘든 상황에 폴짝기금을 만나서 더 힐링이었을 수도 있어요.

 

수수: 사업 기획할 때 코로나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지만, 참 다행이네요. 봄은 프리랜서 일하며 생활비 해결하고 계셨나요?

봄: 네, 맞아요. 거의 2월부터 모든 게 스탑되었죠. 주변인들이 다 서울시에 재난기금 신청하고..

 

수수: 등단을 하셨다고 들었어요. 등단 후 책을 내는 작업은 어떻게 진행되나요?

봄: 보통은 등단하고 한 3-4년 되면 썼던 글들을 수정해서 책을 만들어요. 책의 목차도 직접 정해야 하고요. 단순히 원고를 보내는 것이 아니라 이 글을 읽고, 다음 글을 읽을 때 어떻게 묘하게 연결되는지, 각 작품마다의 리듬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도 생각해보고 나름의 연출과 편집을 해야해요. 그 과정 중에 그 전에 생각지 않았던 것들을 생각해보게 되기도 하고요. 여태 쓴 것들을 추려내는 작업이 생각보다 만만치 않지만 이 나름의 큰 의미가 있는 것 같아요.

 

수수: 봄의 주거형태는 어떻게 되나요?

봄: 피해 입은 장소에서 지내고 있어서, 거의 잠만 자러 들어가는 상황이에요. 쉼터에서의 다양한 프로그램들과 상담을 통해 그 당시보다는 악몽을 꾸는 횟수나 외상후 스트레스장애의 표출이 줄어들었지만 독립의 필요성을 절실히 느끼면서 주거하고 있어요.

 

수수: 기금 신청서에 적지 않은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이 있었나요?

봄: 이 순위에서 떨어진 것들을 생각해보면. 수업을 받는 거예요. 영수증 없이 하는 것들.. 영수증을 받을 수 없어서 제 리스트에서 탈락되었어요. 인터넷으로 작곡 프로그램 배워도 작곡가들이 일대일로 레슨해주는 것들이 있거든요. 아니면 음향이나 엔지니어링 워크샵. 그런 것들이요. 그런 거 아니면 뭐, 하.. 머리를 잘라야 하는데... 하하하.

 

수수: 봄은 종종 열림터가 생각난다고 했는데, 어떨 때 떠오르나요?

봄: 여성에 대한 관점을 생각할 때요. 성에 대한 걸 생각할 때. 열림터에 와서 제일 많이 혜택을 받았다고 생각하는 게, 여성주의적 관점? 인간이 모두 평등하다는 것?에 대한 감각의 바른 교육이었어요. 민우회에서 성교육 받았던 부분도 저에게는 정말 유익했고요. 이로 인해 제가 가졌던 성 개념이 많이 바뀌고, 그것이 제 인생을 크게 바꿨어요. 요즘에 여험발언이 되게 이슈가 되잖아요. 글을 쓰다보면 예술의 영역에서 일부러 대조를 시키거나 하는 부분이 있을 때 한 번 다시 보게 되죠. ‘이게 혹시 누군가에게 혐오발언이 될 수 있나?’ 그 지점은 늘 좀 고민이에요. 의도적으로 풍자나 비판을 위해 지금 일어나는 사회 현상들을 그대로 글 위로 띄워 볼 때가 있는데, 하나의 상징으로 쓰는 일들이 누군가에게는 외상후스트레스장애의 과각성을 자극시키는 일이 되기도 하니까요. 그리고 인간관계에서 성별이나 성 정체성에 관해 논할 때, 그 이슈에 대한 제 태도를 재고할 때, 쉼터에서 배웠던 것들과 상담소 사람들의 태도들이 떠올라 제게 보다 바른 가닥을 잡아주는 것 같아요.

 

수수: 봄이 감정적으로나 경제적으로나 의지하는 사람, 장소는 어딜까요?

봄: 제가 의지하는 건 없어요. 저 자신이겠죠. 쉼터 오는 순간 그 개념이 바뀌는 거 같아요. 내 주변에 의지할 때가 없을 때 쉼터에 오는 거잖아요. ‘나 혼자 살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오게 되니까. 특별히 생각하진 않았지만 위기의 순간에 만약에 누구한테 연락을 한다면. 상황마다 다르겠지만, 그 중에 이곳도 있을 거 같단 생각도 해요. 여기서 저에게 친하게 잘 베풀어 주셨던 몇몇 선생님들이나. 도움을 요청하기에 수월한 거 같아요. 쉽다는 게 아니라 ‘안 들어주겠지?’ 란 생각은 안 할 거 같아요. 저는 이곳에서 그렇게, 연대와 지지, 동행에 관해 배운 것 같네요.

 

수수: 여행을 좋아하세요?

봄: 네. 제가 바다를 좋아해요. 이번에 책을 준비하면서 증발될 거 같아서.. 하하. 이번에 여행을 가게 되면 온전하게 거기에 집중하려구요. 책 한권을 준비한다는 건 그동안 글을 썼던 기간을 엮는 작업이 되니까요. 제 삶을 돌아보고, 앞으로 어떻게 폴짝! 할지도 구상해보고 싶어요.

 


봄의 여행이 또 하나의 폴짝이 되길 바라며 인터뷰를 마칩니다. 아름다운 바다와 함께 스스로를 돌아보는 온전한 시간을 보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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